고르게 던지는 4개 구종에 완급조절 겸비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체력 관리까지 OK
그야말로 팔색조 투구다. 유희관(30, 두산 베어스)은 4가지 공으로 8가지 효과를 보고 있다. 경기 안에서 체력도 스스로 관리한다.

유희관은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8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해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12승(4패)째를 올린 그는 지난해 18승에 이어 2년 연속 15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닝도 꾸준히 누적하며 벌써 145⅔이닝이나 던졌다. 지난해 세운 개인 최다 이닝(189⅔이닝)도 넘을 기세다. 현재까지는 198이닝 페이스. 유희관은 “선발로 나오면 최소 6이닝은 던지려고 하고 있다. 불펜이 더운데 고생하고 있고, (정)재훈이 형과 (이)현승이 형이 부상으로 힘든데, 그래서 더욱 책임감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13일 경기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완급조절로 타자들을 현혹했다. 단적으로 포심 패스트볼만 봐도 최고 구속이 133km였지만 가장 느린 것은 118km였다. 한 가지 구종 안에서도 15km나 차이를 보일 정도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빠르게 던지다가도 느리게 던졌다. 슬로우 커브는 최저 90km까지 나왔다.
이것이 더 많은 구종을 던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 유희관은 이에 대해 “빠른 볼과 싱커,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데 다 속도 조절을 한다. 4가지를 던지지만 (타자가 느끼기에 따라서는) 8가지 구종을 던진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3~4가지 구종을 던져도 주력 구종이 2개 정도로 한정되거나, 특정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쉽게 넣지 못하는 투수들도 많다. 하지만 유희관은 어떤 공이든 정확히 던질 수 있고, 각 구종의 활용도 역시 고른 편이다. 13일 경기 기준으로 그는 4개 구종 모두 스트라이크 비율 65%를 넘겼고, 가장 적게 던진 커브의 투구 수도 두 자릿수(11개)가 될 정도로 모든 공을 골고루 던졌다.
그래서 그를 상대하는 타자는 4가지 구종을 다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완급조절까지 하면서 던지므로 똑같이 4가지 공을 던지는 다른 투수들의 공보다 복잡한 조합을 만든다. 유희관 자신의 말처럼 타자들은 8가지 공 중 어떤 공이 올지 모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스피드 조절은 체력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잠실구장이 넓기도 해서 주자가 없을 때는 툭, 툭 맞게끔 던지기도 하는데, 주자가 나가면 전력투구를 하는 방식으로 마운드 위에서 체력 관리도 한다”는 것이 유희관의 의견이다.
유희관이 마운드 위에서 빠르고 느리게 던지는 것은 이렇게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어떤 공이 어떻게 올지 타자가 모르게 만들고, 투수 자신에게는 체력을 아끼면서 던질 수 있는 여유도 준다. 그의 완급조절은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려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충실한 동시에 이닝이터가 될 수 있게 하는 기반도 스스로 마련하는 기술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