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박용택, 2000안타까지 할 줄이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8.14 05: 59

박용택, 2000안타 달성 후 김성근 감독에 감사  
2002년 LG 시절 감독, "이렇게 오래할 줄 몰라"
"내가 더 감사하지".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LG 박용택(37)이 2000안타 대기록 달성 후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으로 김성근 감독을 꼽으며 고마움을 표했다는 말에 김 감독도 잠시 옛 생각에 젖었다. 그는 "박용택은 확실히 보통 아이는 아니었다"며 2002년 LG 시절 감독과 신인으로 처음 만난 기억을 더듬었다. 
김 감독은 "신인 때 박용택은 발 빠르고, 스윙도 엄청나게 빨랐다. 수비 범위도 넓고, 그때는 어깨 역시 괜찮았다. 외모까지 좋았다"며 "사실 나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다. 부산으로 시범경기를 갔는데 숙소에 도착하마자마 없어졌다. 보통의 어린 선수라면 그런 상황에서 쩔쩔 매지만 박용택은 남다른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만한 것을 가진 선수였다"고 가슴을 두드렸다. 
박용택은 2000안타 달성 후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은 김성근 감독님이시다. 2002년 신인 때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면서 정신 차리고 야구하는 계기가 됐다. 프로선수가 되면 소위 말하는 겉멋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거 전혀 없이 프로가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 느꼈다"며 김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신인 때 박용택을 엄하게 대했다. 국가대표 출신 외야수로 계약금 3억원을 받고 입단한 대형 신인이었지만 과감하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2군에서 짧게나마 눈물 젖은 빵을 먹었고, 김 감독은 개막 후 열흘이 지나서야 박용택을 1군에 불렀다. 2002년 4월16일 문학구장에서 SK 상대로 데뷔한 박용택은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첫 발을 뗐다. 
김 감독은 "솔직히 박용택이 이렇게 길게 오랫동안 야구할 줄은 몰랐다. (신인 때만 봤을 때는) 일찍 끝날 줄 알았는데 오래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다"며 박용택의 남다른 노력을 칭찬한 뒤 "내가 더 감사하다"는 말로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고마운 스승으로 꼽아준 것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에서 오랜 기간 몸담은 김 감독이기에 박용택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도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 많다. 지난 12일 울산 롯데전에선 SK 시절 함께한 윤길현이 김 감독의 한화를 상대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윤길현도 SK에서 내게 많이 혼났다. 일본 오키나와에선 50분이나 뛴 적도 있었다"며 "경기는 졌지만 윤길현이 잘 던지는 모습은 좋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나한테 야단을 맞지 않은 선수가 없을 것이다. 김광현이도 그랬고, 어릴 때는 (선수를) 잘 잡아줘야 한다"며 유독 어린 선수들에게 엄하게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마냥 추억에만 젖어있을 수 없다. 지금 이끄는 한화 선수들에 대해 김 감독은 "다 야단맞아야지"라며 힘겨운 5강 싸움을 하는 팀 사정에 빗대 농담을 던졌다. /waw@osen.co.kr
[사진] 김성근-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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