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21·롯데)은 SK만 만나면 펄펄 나는 대표적인 선수였다. kt 시절부터 그랬고, 롯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성적은 가공할 만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 SK전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3경기에서 17⅔이닝을 던지면서 피안타는 10개, 탈삼진은 18개였으며 평균자책점은 1.02였다. 올 시즌 SK 타자 중 김강민(5타수 무안타), 최정(7타수 무안타)은 박세웅을 상대로 아예 안타를 치지 못했다. 정의윤(.125), 고메즈(.125), 이재원(.200), 김성현(.200)도 제대로 된 성적이 아니었다.
그런 박세웅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에 팀 분위기 반등의 특명을 안고 등판했다. 1회부터 4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투구로 팀의 리드를 이끌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아예 피출루가 한 번도 없는 퍼펙트 행진이었다. 4회 2사 후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 이진석에게 우전안타를 내줘 퍼펙트와 노히터가 차례로 깨졌으나 실점은 없었다. '압도적'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스플리터가 빛을 발했다. SK 타자들은 박세웅의 스플리터에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1회 박정권 최정이 스플리터에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2회 이재원, 3회 김재현도 마찬가지였다. 박세웅은 3회까지 40개의 공을 던지며 5탈삼진을 기록, SK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런데 5회는 상황이 달랐다. SK의 집중력과 전략이 빛을 발하며 박세웅 마법을 끝내 풀어냈다.
SK 타자들은 0-3으로 위진 5회 스플리터에 대한 대비를 하고 나온 듯 보였다. 4회부터 그런 낌새가 있었고 5회 대성공을 거뒀다. 선두 김성현이 스플리터를 받아쳐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동엽도 스플리터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박세웅의 스플리터에 대한 존을 확실히 좁히며 배트 궤적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었다. 설사 빠른 카운트에서 아웃이 되더라도 노림수를 확실히 가져가자는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강민은 반대로 스플리터에 손을 대지 않았다. 2개의 스플리터를 잘 참아냈다. 고메즈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려 2루타를 뽑아내 1점을 더 안겼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네 개의 스플리터에 모두 손이 나가지 않으며 끝내 볼넷을 골랐다. 1회 타석과는 완전히 달라진 대처법이었다. 베테랑 타자들은 힘이 풀려 예리함이 떨어진 박세웅의 스플리터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이에 롯데 배터리는 스플리터의 비중을 줄이고 슬라이더와 빠른 공 위주로 SK 타선을 상대했다. 하지만 SK 타자들의 집중력이 살아있었다. 최정과 이재원은 모두 스플리터까지 대비할 수 있는 낮은 코스에 집중했다. 결국 최정과 이재원이 모두 낮은 쪽에 몰린 패스트볼을 욕심내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쳐 나란히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5-3 역전에 성공했다.
장기가 노출된 박세웅은 이날 4⅔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5실점의 성적을 기록한 채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SK는 6-5로 이기고 4연승과 함께 5할 승률에 복귀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