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혹사 논란에 팀 성적도 추락
야구인들도 한화에 우려와 안타까움
"팀이 왜 이렇게 됐는지…".

한화 출신의 한 야구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망주 김민우가 어깨 관절와순 부상으로 재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드러나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선수인데 너무 안타깝다. 김민우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한화 투수들의 몸 상태가 걱정된다"고 걱정했다. 우려대로 24일 권혁이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한화는 지난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펜 중심의 야구로 필승조 투수 연투와 선발투수들의 짧은 휴식일에 선발·구원을 수시로 오가는 보직 파괴로 혹사 논란을 달고 다녔다. 지난해에는 윤규진·배영수·이태양, 올해는 로저스·안영명·임준섭이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았다. 불펜 투수 중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진통 주사를 맞은 선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한화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선수들의 부상 사실을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 김성근 감독을 통하지 않으면 사소한 부상도 외부 노출은 절대 금지다. 김민우의 경우에도 이미 지난 5월초 일본에서 어깨 검진을 받고 온 사실이 드러났지만 구단 발표 없이 감추기에 급급했다. 한 야구인은 "요즘 어떤 세상인데 자꾸 감추려만 하는지 모르겠다. 선수들 역시 무슨 말을 못하더라. 팀 분위기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치 출신 야구인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들 보직도 너무 자주 바뀐다. 감독 권한이라지만 한 시즌 4번이나 투수코치를 바꾸는 팀이 어디 있나. 2군으로 내려가는 일은 선수만큼 코치들에게도 비참하다.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코치들이 희생양이 되는 일이 한화에서는 너무 자주 일어난다. 코치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팀이 잘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 모든 논란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성적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한화는 5강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특히 8월 들어 8승11패로 8위에 그치며 시즌 순위도 8위로 떨어져 있다. 5위 KIA와 격차가 4경기로 벌어졌다. 남은 32경기에 뒤집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8월부터 제 풀에 쓰러지고 있다. 예고된 추락이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대적 투자를 하며 팀 연봉 1위로 올라섰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최악이다.
또 다른 야구인은 "한화 전력에 지금의 성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멤버들을 보면 얼마나 좋은가. 타선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고, 투수력도 이 정도까지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시즌 전 한화가 이 성적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라며 "구단이 안타깝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도 결과가 나지 않으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다"며 투자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다.
여러 야구인들은 한화가 지금 체제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암흑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근 감독 체제 2년째이지만 달라진 건 없고, 순위 싸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소모적인 논란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선수들의 의욕도 알게 모르게 꺾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2군에서 스스로 야구를 그만둔 젊은 선수들이 있었다. 한화에 온 것을 후회하거나 실망한 선수도 있다"며 씁쓸해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