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년 전, KBO리그 팀들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난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넥센과 NC를 주목했다. "두 팀은 기존 팀들과 차별화된다. 모기업에만 의존하는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두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앞으로 프로야구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허 위원의 말이었다.
허 위원의 예견대로 3년이 지난 프로야구계의 환경 및 시스템에는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넥센과 NC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선진화된 구단 운용과 이익 추구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흑자 구단으로서 자생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모태로 창단하며 8구단 체제 붕괴를 막은 넥센은 프로야구 최초의 네이밍 스폰서십과 적극적인 마케팅 및 비즈니스 수익으로 구단을 운영한다. 대기업이 아닌 NC도 9구단으로 출범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야구 전문가들을 요직에 두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단기간 고속 성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 삼성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삼성은 기존의 대대적인 투자를 뒤로 한 채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이미 야구단에 앞서 축구단부터 몸집을 크게 줄이며 경영 효율화를 최우선으로 추구했다. 야구단도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역량과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며 자생력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
과거 프로스포츠는 대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기업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한 것이다. 기업들은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사회 환원 차원으로 프로스포츠에 투자를 했다. 모기업이 어려워지면 구단도 부도가 났다. 1990년대 말 IMF 사태가 터졌을 때 쌍방울과 해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기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야구 전문가보다 낙하산, 회전문 인사가 판쳤다.
홍보를 할 수 있었던 미디어 환경이 척박했던 과거에 프로스포츠가 중요한 홍보 기능으로 활용됐지만 이제는 시대가 급변했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발달로 미디어가 다변화됐고, 그 사이 프로스포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산업으로 커졌다. 우리도 언제까지 모기업만 바라보고 의지할 게 아니라 이익 추구형 흑자 프로구단들이 출현할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당장 KBO리그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단은 아직 없다. 넥센과 NC도 아직 흑자 경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구단들이 매년 수십억 원 이상 적자와 씨름하고 있다. 티켓 판매, 중계권, 구장 광고 등으로 수익을 얻지만 선수단 운용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단기간 성적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FA와 외인 시장 몸값 과열로 이어진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의 모기업을 보면 삼성(1위), 현대기아차(3위), SK(5위), LG(6위), 롯데(7위), 한화(15위), kt(16위), 두산(17위) 등 8개 구단이 재계순위 20위 내 대기업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기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홍보 효과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야구 인기가 떨어지면 언제든 기업의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다. 냉정하게 프로라 볼 수 없다.
시대가 변한 만큼 프로에 걸맞게 돈을 벌어야 한다. 선수들의 연봉도 수준에 맞춰 현실화되어야 하고, 더 많은 수익 창출의 길을 찾아야 한다. 경기장 시설 개선, 구단 상품 개발, 다양한 이벤트 및 스폰서십, 지역 밀착 마케팅, 육성 시스템 강화, 선수단 팬서비스 등 야구 안팎으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BO리그, 나아가 한국 프로스포츠는 언제 공멸해도 이상할 게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