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에서는 '무늬만 에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28)가 남은 등판에서 반등을 거두기 위해선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레일리는 올시즌 24경기 등판해 6승8패 평균자책점 4.1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겉보기에는 괜찮은 성적이다. 아울러 현재 롯데 선발진 가운데 평균자책점은 가장 낮다. 성적상으로는 에이스다. 그러나 이 기록을 시기별로 뜯어보면 레일리의 현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전반기 18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3.50이었지만 후반기에는 6경기 3패 평균자책점 6.47로 무너졌다.
후반기 퀄리티 스타트는 2차례에 불과하다. 승리를 챙기는 것도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 6월7일 인천 SK전(7이닝 5실점) 이후 승리가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물론, 레일리의 등판 경기에서 타선의 침묵과 수비진의 실책 등이 겹치며 불운이 잇따른 것이 레일리에 면죄부가 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에이스다운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가 수비진의 실책이 나오고 하면, 여지 없이 빅이닝을 허용하더라"고 말했다.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찾지 못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한 것. 모든 책임을 투수에게 떠넘기는 것은 가혹하지만, 어쨌든 에이스는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도 팀을 승리로 이끌어내야 하는 운명을 짊어져야 한다.
실제로 레일리의 경우 최근 난타 당했을 경우 얼굴표정이 상기되면서 제구가 가운데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칠테면 쳐봐라'는 식의 오기로 승부를 펼치지만 상대 타자들은 이 공들을 노리고 들어오면서 두들겨 맞았다. 제구가 안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레일리는 이제 남은 경기에서도 팀의 선발 마운드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다. 어쨌든 평정심을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1군에 합류한 크리스 옥스프링 투수 코치의 지도가 절실하다.
이제 롯데의 남은 경기는 29경기. 레일리는 30일 사직 LG전을 시작으로 5번 정도 더 등판할 수 있다. 과연 레일리는 남은 등판에서 평정심을 되찾고 진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