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목, 2일 LG전 대량득점 발판 사구
사구 통증도 잊을 정도로 경기에 집중
통증도 잊을 만큼 집중했다. 대량 득점의 발판이 된 사구에도 교체되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 한화 포수 차일목(35)의 간절함과 집중력이 승리를 만들었다.

2일 대전 한화-LG전. 한화가 7-6, 한 점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8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차일목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벤치에선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났다. LG 내야 수비가 전진하자 차일목은 특유의 페이크번트 슬래시 동작으로 타격 전환했다. 타이밍이 조금 맞지 않아 백네트 쪽 파울.
이어 2구째 차일목은 다시 번트 동작을 취했다. LG 투수 봉중근의 136km 직구가 몸쪽으로 들어왔고, 차일목의 왼쪽 무릎을 맞혔다. 차일목은 몸을 안쪽으로 돌리면서도 무릎은 움직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공을 피하는 게 정상이지만 빠른 공을 그대로 맞았다. LG 선수들과 양상문 감독이 배트 박스를 벗어나 맞은 것이라며 강하게 어필했지만 사구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차일목은 다리를 절뚝이며 1루로 걸어 나갔다.
차일목의 살신성인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한화는 이용규의 희생플라이와 상대 폭투로 2점을 달아났다. 계속된 1사 2루에서는 정근우의 3루 내야안타 때 차일목의 전력 질주가 빛났다. LG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를 맞고 2루 쪽으로 공이 굴러간 사이 3루를 지나 홈까지 전속력으로 달려 추가점을 올린 것이다.
경기 후 차일목은 8회 사구 상황에 대해 "번트를 대려고 했는데 공이 이미 무릎까지 왔었다. 돌려서 피할 틈이 없었다"며 "사구 순간 제대로 맞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 계속 뛰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통증이 오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경기에 깊게 몰입해 있었고, 아픈 부위 사구에도 굴하지 않았다.
8회 사구에 앞서 차일목은 2회 우익수 희생플라이, 4회 우중간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3타점을 올리며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역할을 했다. 올 시즌 102경기 타율 2할3푼8리 59안타 3홈런 33타점 29득점.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은근한 클러치 타격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차일목은 최근 팀의 15경기 중 14경기에서 선발 마스크를 쓸 정도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KIA 시절인 2011년 이후 5년만의 100경기 이상 출장이라 체력적으로 지칠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체력 문제를 생각할 것도 없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이제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이 차일목의 말이다.
배수의 진을 치고 살신성인의 각오로 경기에 임하고 있는 차일목의 간절함이 5강을 향한 선수단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