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이 떠올린 19연승 기적, 한화에선 과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9.05 06: 29

김성근 감독, 선수단 미팅 "마음 비우라" 주문  
"SK 시절 19연승도 지금처럼" 기적 가능할까
"마음을 비워라. 자기 할 일 열심히 하고, 한화라는 네임에 프라이드를 가져라".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지난 1일 대전 LG전에서 패하며 3연패를 당한 뒤 선수단 긴급 미팅을 소집했다. 5위 LG와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진 이날 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SK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009년 SK는 8월25일 문학 두산전을 시작으로 9월26일 문학 SK전까지, 무승부 1경기를 제외한 19경기를 모두 이겼다. KBO리그 단일 시즌 팀 최다 19연승 기록이었다. 
김 감독은 4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그날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SK 시절 19연승을 할 때도 지금 방식으로 경기를 했다. 그때도 선발투수가 없었다. 지금처럼 경기가 끝난 뒤 선발투수를 정했다. 그렇게 하면서도 19연승을 했다"며 "우리는 지금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토너먼트처럼 날마다 도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SK는 19연승 시작 전까지 1위 KIA에 6경기차 뒤진 3위였지만 시즌을 마쳤을 때는 1경기차 2위였다. 
김 감독의 말대로 당시 SK는 19연승 기간 동안 팀 평균자책점은 2.20에 불과했고, 선발(89⅓이닝·9승)보다 구원(94⅔이닝·10승) 비중이 더 높았다. 외국인 투수 게리 글로버가 선발은 물론 중간·마무리까지 던졌고, 고효준과 채병룡도 선발·구원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고정 선발투수는 카도쿠라 켄과 송은범뿐이었지만 정우람(0.59) 전병두(1.85) 윤길현(1.72) 이승호(1.06) 등 불펜진의 위력이 대단했다. 
당시 SK의 19연승은 에이스 김광현과 전력의 절반이라는 안방마님 박경완의 동반 부상 악재를 딛고 거둔 성적이라 더 대단했다. 지금 한화도 권혁과 송창식이란 불펜의 양대 기둥 모두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김 감독은 남아있는 선수들의 의식 변화에 주목했다. 지난해처럼 부상자가 속출한다고 해서 가라앉지 않고, 뭔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작년에는 부상자들의 공백 연장선상에 있었다. 제대로 싸우기가 힘들었다. 작년 경험 때문인지 선수들이 부상자들이 나와도 '우리끼리 해보자'는 결의가 생겼다. 작년엔 안 되겠다, 힘들다 하는 생각이 컸다면 올해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 이태양도 (마무리로) 나가겠다고 하고, 윤규진도 던지겠다고 달려든다. 외국인 투수 2명도 둘 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런 의식들이 작년과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이 미팅을 통해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하라 했다. 각자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 말은 쉬워도 어마어마하게 큰 범위다. 야수들은 허술한 미스 플레이를 줄이고, 배터리는 볼 배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한화라는 네임에 프라이드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선수들이 '해야 되는구나, 할 수 있구나'라는 의식이 생기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기적의 희망을 발견했다. 
한화는 김 감독과 야밤의 미팅 이후 마운드 보직 파괴를 통해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4일 고척 넥센전 역전패로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잔여 23경기에서 5위 SK와 3경기차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체력적으로 지친 시기라 더욱 그렇지만 김 감독은 늘 그렇듯 정신력이 체력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이제부턴 체력보다 의식이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처럼 해야 한다. 돈 없는 사람이 내일을 생각하진 않는다. 매일 도박이다. 하고자 하는 의식을 갖고 쫓아가면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SK 시절 19연승의 기적이 과연 남은 시즌 한화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앞으로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이 곧 말해줄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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