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화전서 김세현 포함 불펜 5명 휴식
매뉴얼 따라 불펜 운용, 흔들림없는 원칙
"우린 매뉴얼이 정해져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4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구원투수 5명의 이날 경기 휴식을 알렸다. 마무리 김세현, 필승조 이보근·김상수, 추격조 금민철·이정훈까지 모두 5명. 5일 월요일 휴식일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5명까지 쉬게 할 필요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염경엽 감독의 원칙은 확고했다. 불펜 운용 매뉴얼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우리 불펜투수들은 주 4회 출장에 4이닝이 기본이다. 여기서 오버가 되면 무리가 되기 때문에 안 쓴다. 우리는 매뉴얼이 정해져 있고, 선수들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며 "볼 개수가 25개를 넘을 경우 다음날은 최소 1이닝만 쓴다. 15개 내로 던졌으면 다음날에도 4타자를 쓸 수 있다. 연투하는 날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2이닝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라 4일 경기에서 5명의 구원투수가 휴식을 부여받았다. 2~3일 경기에서 김세현과 이보근이 나란히 연투하며 각각 3이닝 41구, 2이닝 28구를 던졌다. 김상수도 주간 3경기 4이닝으로 기준치를 채운 상황이었으며 금민철·이정훈은 3일 경기에 각각 2⅔이닝 58구, 2이닝 37구를 던진 상태였다.
그런데 경기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선발 스캇 맥그레거가 기대대로 7⅓이닝으로 긴 이닝을 끌어줬지만 8회 4점차 리드에서 1사 1·2루 위기가 찾아왔다. 구원 마정길이 올라와 정근우를 뜬공 처리했지만 송광민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뒤 김태균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했다. 3점차 만루 위기, 필승조 투입을 고려할 만한 했지만, 염경엽 감독 선택은 오주원이었다.

오주원은 양성우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대량 실점 위기를 넘었지만, 9회 마지막 이닝에 하주석·신성현에게 안타를 맞은 뒤 이용규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7-5, 2점차 상황에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염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오주원으로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정근우를 삼진 처리하며 어렵사리 승리를 따냈다.
아무리 3위 자리가 확정적인 넥센이라고 하지만 아직 2위 NC와 2경기차로 역전 가능성이 있다. 이제 시즌 막판이고, 눈앞의 1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염 감독은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는다. 매뉴얼대로,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서 불확실한 연장 승부를 가장 싫어한다. 염 감독은 "필승조를 다 쓰고 연장에서 지면 우리 전력 구성상 데미지가 너무 크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경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카드 내에서 최선의 승부를 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4일 한화전이 그랬고, 맥그레거에 이어 승부처에서 마정길과 오주원, 두 명의 불펜 추격조 투수들로 경기를 끝냈다.
넥센의 불펜 매뉴얼은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넥센은 3연투 이상이 6번으로 NC(2번) 다음으로 적다. 4연투는 한 번도 없다. 구원투수의 2이닝 이상 투구도 50번으로 두산(45번)에 이어 두 번째 적다. 매뉴얼대로 불펜을 운용한 결과, 넥센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리그 2위(4.46)를 달리고 있다. 풀타임 시즌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로 구성된 불펜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매뉴얼과 벤치의 뚝심이 빚어낸 의미 있는 반전이다. /waw@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