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스윙으로 약점인 몸쪽 공 극복
후반기 홈런 13개로 리그 3위...골든글러브 응시
잠실 구장팀 최초의 20홈런 유격수가 탄생하려 한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26)이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이미 수비에선 정점을 찍었고, 이제는 타격에서도 깊숙하게 박혀있던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도 노려볼만 하다.
사실 오지환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 금강불괴와 같은 몸을 지녔으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시작이 늦었다. 약 2주 늦게 시즌을 맞이했는데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지독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다. 5월 타율 1할5푼9리, 6월 타율 1할3푼8리로 뭘 해도 안 되는 날이 반복됐다.
결국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캠프 때 다친 무릎이 완전치 않다고 판단하며 6월 18일 오지환을 엔트리서 제외했다. 오지환은 다시 이천에서 재활과 타격 메카닉 조정에 들어갔고, 7월 3일에 1군으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오지환의 시즌 타율은 1할8푼4리 밖에 되지 않았다. 군 입대를 앞두고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듯싶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복귀전부터 홈런과 3루타로 2안타 경기를 했고, 7월 한 달 동안 타율 3할5푼5리 5홈런 3도루 17타점 15득점 OPS 1.095로 괴력을 과시했다. 8월에도 기세가 이어지며 최악의 시즌을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바꿔나갔다. 가장 큰 성과는 8월 9일 문학 SK전이었다. 당시 오지환은 홈런 2개 포함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매년 약점으로 지적됐던 몸쪽 공을 간결한 스윙을 통해 홈런으로 연결했다.
오지환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 때부터 조금씩 힌트가 보였다. 끊어 치는 느낌으로 짧게 휘둘렀는데도 홈런이 나오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이후 계속 간결하게 끊어 치는 느낌을 가져가고 있다. 솔직히 당시의 느낌이 유지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느낌이 살아날 때가 있다”고 밝혔다.
8월에만 홈런 9개를 터뜨린 오지환은 이따금씩 5번 타순에도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다시 한 경기 홈런 2개에 성공했다. 특히 6회말 허준혁을 상대로 몸쪽 높은 체인지업을 가볍게 받아 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만들었다. 이전 SK전과 비슷한 스윙으로 이번에는 잠실구장 담장을 넘겨버린 것이다. 오지환은 후반기에만 홈런 13개를 몰아치며 후반기 홈런 부문 리그 전체 3위에 올라있다. LG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지환이가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스윙폭을 좁혀가고 있다. 이제는 무조건 강하게 친다고 타구가 멀리 나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듯하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홈런 19개를 기록하고 있는 오지환은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경신 중이다. 홈런 하나를 더하면, LG와 두산 통틀어 역대 최초로 잠실 20홈런 유격수가 탄생하게 된다. 오지환은 “예전부터 20-20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잠실구장을 쓰는 만큼 홈런 욕심은 어느 정도 버려야한다는 생각도 했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부터 홈런이 나오는 것 같다”며 “전반기 부진했던 것이 더 아쉽다. 그러나 이제는 내 기록보다는 팀이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홈런보다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은 수 년 후 LG를 이끌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지금 우리 어린 친구들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좋다. 한 명 한 명 개성도 있고 좋은 것들도 많이 갖고 있다. 올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이 계속 나올 것이다”면서 “모든 친구들이 다 잘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환이가 내가 20대 때 걸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와 가능성도 보여주면서 실패도 많이 했다. 지환이가 내년에는 군대를 갈 것 같은데, 군대를 갔다가 오면 실패도 줄고, 안정되고 성숙된 타자가 될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오지환은 이를 두고 “박용택 선배님은 물론, 정성훈 선배님이나 이병규 선배님을 보면서 계속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야구와 자기관리, 그리고 팬서비스까지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사실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박용택 선배님이랑 비교하면 특히 더 그렇다. 나는 아직 3할을 친 적도 없지 않나. 앞으로도 계속 선배님들을 보면서 자신감과 기량을 키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오지환은 OPS 0.858로 홈런과 OPS 부문에서 리그 전체 유격수 중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김하성 손시헌 등과 각축전을 벌일 확률이 높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1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과 최고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오지환이다. / drjose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