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한화의 저력
투타 주요 전력 부상 공백에도 2연승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다. 무서운 뒷심으로 끝까지 5강 싸움을 이어갈 기세다. 5강 호흡기를 뗐다던 한화가 다시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 8~9일 대전 kt전에서 연이틀 1점차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전까지 3연패를 당하며 5강 가능성이 거의 소멸되는 분위기였지만, kt와 2경기를 모두 가져가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5일 만에 7위 자리를 찾은 한화는 5위 KIA와 격차를 3.5경기로 줄였다. 어렵지만 산술적으로 불가능은 없다.
투타에서 주요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투수 쪽에서는 불펜의 양대 기둥 권혁과 송창식이 나란히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야수 쪽에선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목 부상으로 5경기를 결장한 가운데 정근우도 명목상 왼쪽 무릎 통증을 이유로 뜬금없이 서산행 통보를 받았다.
무엇보다 권혁과 송창식의 공백으로 시즌이 거의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달 25일 이후로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이 기간 한화는 7승6패로 5할 이상 승률을 내고 있다. 권혁과 송창식 공백에도 구원 평균자책점 4.94로 4위에 오를 만큼 불펜의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무리 정우람이 6경기에서 2승2세이브를 올리며 8⅓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3.24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투수 최고참 박정진도 8경기에서 팀 구원 최다 9⅔이닝을 뿌리며 평균자책점 4.66으로 막고 있고, 외국인 투수 에릭 서캠프도 9월 복귀 이후 3경기 1승을 6이닝 2실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보직 파괴를 통해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를 비롯해 심수창·윤규진·이태양·장민재·이재우 등 무려 6명의 투수가 선발과 구원을 쉼 없이 넘나들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팀에 여유가 있었다면 투수를 아끼다 졌을 것이다. 없으니까 그 속에서 뭔가를 찾아가고 있다"며 전력난에서 하나 됐음을 강조했다.
야수들도 마찬가지. 타율 3할2푼8리 31홈런 115타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가 뜻하지 않은 목 부상으로 5경기 연속 결장 중이지만 한화는 3연패 이후 2연승 반전의 길을 열었다. 최근 5경기 17득점, 평균 3.4점으로 이 부문 9위에 홈런도 3개로 공백을 실감하고 있지만 지지 않았다.
8~9일 kt전에서 각각 4득점-2득점으로 타선이 막혔지만 결국은 끝내기로 이겼다. 특히 9일 경기는 정근우의 공백 끝에 거둔 승리가 더욱 의미가 있었다. 로사리오가 빠진 1루수 자리에서 신성현이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오선진은 안정된 2루 수비로 정근우 공백을 메웠다. 김성근 감독도 "신성현이 찬스를 잘 만들어줬다. 오선진은 처음 2루를 보는데도 부드럽게 수비를 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용규는 "우리 팀은 매경기가 중요한 상황이다. 모든 타석을 소중히 여기고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송광민도 "지금 우리 팀은 목숨 걸고 하고 있다"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송은범 역시 "다들 집중하는 게 보인다.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5강 가능성이 낮아졌고,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차포마상을 뗀 한화이지만 무너지지 않고 있다. 시즌 초중반부터 빠진 안영명·최진행·김경언 등의 부상 공백을 생각한다면 잘 버티고 있다. 권혁·송창식의 시즌 내 복귀가 어려워졌지만 로사리오와 정근우는 머지않아 복귀가 가능하다. 지금의 고비만 잘 넘으면 한화에 또 한 번 역전 기회가 올 수 있다. /waw@osen.co.kr
[사진] 권혁-송창식-로사리오-정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