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캡틴의 품격이 높아지고 있다.
KIA 주포 이범호(34)가 30홈런-100타점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범호는 지난 9일 NC와의 광주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4회말 0-4로 뒤진 가운데 선두타자로 나와 왼쪽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솔로포를 터트렸다. 한 점차로 뒤진 9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29호 홈런으로 작년 28홈런을 넘어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홈런을 기록했다. 1타점을 보태 96타점이 됐다. 1홈런과 4타점을 더하면 생애 첫 30홈런 100타점 클럽에 가입한다. 2000년 데뷔 이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34살의 나이에 타격의 정점에 올라 있다. 올해 대부분의 기록이 커리어하이(데뷔 최고)를 찍고 있다. 홈런과 타점은 물론 장타율(.556)과 출루율(.380)이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어제 솔로포를 치면서 역대 최다득점(81점)도 함께 세웠다. 지금의 타율 3할5리를 지키면 3할-30홈런-100타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작년 스토브리그에서 4년 총액 36억 원의 조건으로 두 번째 FA 계약을 맺을 때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줄을 몰랐다. 우리나이로 35살이고 허벅지 부상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활약도를 예건하기 힘들었다. KIA 구단측도 20홈런과 80타점 이상이면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이범호의 활약도는 가성비 최고의 FA 모범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A 계약을 하면 다음해는 제몫을 못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범호는 달랐다. 그는 이미 지난 2011년 KIA와 FA 계약을 맺고도 첫 해 해결사 칭호를 들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년째 KIA 주장을 맡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이범호는 KIA 선수들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아무래도 주장의 성적이 부진하면 스스로 쳐져있거나 후배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팀 워크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범호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가을무대를 목표로 똘똘 뭉쳐 있다.
이범호의 희생정신도 대단하다. 웬만하면 결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난 9일 NC와의 경기도 전날 런다운 플레이를 하다 허벅지에 부담을 느꼈다. 쉬어도 탓할 사람이 없었지만 팀 사정을 생각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아울러 얼마전 몸상태가 극히 안좋은데도 선발출전을 고집하다 막판 김기태 감독의 배려로 빠지기도 했다. 그의 책임감과 희생정신은 생애 최고의 활약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덕목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