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로저스처럼 특급 대체 외인투수 없어
허프 호성적, 맥그레거·카스티요·로위 가능성
대체 외국인선수가 대박을 터뜨리기란 쉽지 않다. 시즌 전 캠프 때부터 몇 개월 준비를 해도 통하지 시즌에 들어가면 새 리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 시즌 중간 큰 기대를 받고 들어오는 대체 외국인선수들의 경우 단기간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부담이 크다.

지난해 8월 한화에 입단한 에스밀 로저스는 보기 드문 초대박 케이스였다. 지난해 로저스와 함께 NC 재크 스튜어트, SK 크리스 세든이 시즌 중간 대체 선수로 들어와 안정감 있는 투구로 재계약에 골인했지만 올해는 지난해처럼 대박 선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가장 풍부한 LG 좌완 데이비드 허프가 대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8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3번 포함 4승2패 평균자책점 3.97로 대체 선수 최고 몸값(55만 달러) 가치를 증명 중이다. 28탈삼진 5볼넷의 제구가 인상적이다. 왼 손목 부상으로 최근 이탈한 것이 아쉬움이지만 재계약 가능성이 가장 높다.
넥센 우완 스캇 맥그레거도 조금씩 KBO리그에 적응해가고 있다. 11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5.63. 특히 72이닝 투구로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소화 중이란 부분이 돋보인다. 넥센에서 가장 필요로 한 이닝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격적인 투구로 홈런을 13개나 허용했지만, 볼넷도 14개밖에 되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그를 내년 시즌 2선발로 만들 생각이다.
최고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한화 우완 파비오 카스티요는 대체 선수 중에서 최다승을 거두고 있다. 14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5.18. 들쑥날쑥한 제구로 인해 한 경기 내에서도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영접이 잡히는 날에는 6~7이닝을 거뜬히 던진다. 직구-슬라이더 투피치에서 벗어나 스피드를 줄인 채 체인지업 비중을 높인 효과를 봤다. 다만 외국인선수 보는 눈이 높은 김성근 감독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아직 모자라다.
kt 우완 조쉬 로위는 반전의 주인공이다. 9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6.86으로 시즌 전체 성적은 안 좋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간 승리는 없지만 평균자책점 2.41, 피안타율 1할8푼2리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초반 적응기를 딛고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 조범현 감독은 "대체 선수는 초반 몇 경기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요즘 로위는 다른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만족해했다.
이외에는 재계약을 기대할 만한 대체 선수가 없다. SK 좌완 브라울리오 라라는 14경기 2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5.68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한화 좌완 에릭 서캠프도 10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6.68의 저조한 성적으로 선발에서 구원으로 밀려났다. 삼성은 우완 아놀드 레온(2경기 1패 ERA 11.25) 좌완 요한 플란데(8경기 2승4패 ERA 8.17)의 성적을 보듯 대체선수까지 실패다.
한편 외국인 타자 중 유일하게 대체 선수로 들어온 롯데 우타 외야수 저스틴 맥스웰도 재계약이 쉽지 않은 분위기. 23경기에서 80타수 23안타 타율 2할8푼8리 4홈런 16타점 15볼넷 25삼진 OPS .914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강렬한 임팩트는 없었다. 지난달 18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번트 연습을 하다 오른 엄지손가락에 공을 맞고 실금이 가는 바람에 시즌 아웃됐다. /waw@osen.co.kr
[사진] 허프-맥그레거-카스티요-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