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SV-패전 無, 구원왕 사실상 확정
2011년 오승환 이후 첫 무패 구원왕 도전
마무리투수의 블론세이브 혹은 패전은 팀에 최악의 영향을 준다. 기본적으로 팀 사기에 도움이 안 된다. 또 마무리투수가 등판했다는 것은 상당 경우 그 전에 필승조를 소진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다 쏟아 부었는데 경기는 이기지 못했으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올 시즌 김세현(29·넥센)의 기록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손승락(롯데)의 이적으로 올 시즌 넥센의 새 마무리가 된 김세현은 12일까지 56경기에 등판, 2승34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34세이브는 구원 2위인 박희수(SK·25세이브)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20세이브 이상 마무리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도 김세현과 임창민(NC·2.49) 뿐이다.
2위와 9개의 차이가 나 사실상 생애 첫 구원왕은 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직 패전이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블론세이브는 8차례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았던 셈. 김세현 스스로 말하는 “운이 좋았다”라는 표현은 이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패전이 없다는 것은 적어도 결국 팀이 패하지는 않았거나, 책임 주자가 아닌 선수가 홈을 밟았다는 의미다. 오롯이 마무리투수의 잘못으로 경기에 지는 패전과는 어감 차이가 있다.
실제 전업 마무리가 패전 한 번 없이 한 시즌을 치르기는 매우 어렵다. 올 시즌만 해도 임정우(LG)는 8패, 심창민(삼성)은 5패, 박희수(SK)와 이현승(두산)도 네 번의 패전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임창민(NC) 또한 두 번의 패전은 있다. 여기에 범주를 ‘무패 구원왕’으로 확장한다면 KBO 리그에서는 사례를 찾기가 극히 힘들다.
2011년 오승환(당시 삼성·현 세인트루이스)이 무패 구원왕의 대업을 차지했었다. 당시는 오승환의 기량이 절정에 있을 때였다. 오승환은 당시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의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무패 구원왕을 찾아볼 수 없다. 구원왕들은 아무리 못해도 1~2패씩은 했다.
19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은 4승2패40세이브 평균자책점 1.36, 2008년 오승환(당시 삼성)은 1승1패39세이브 평균자책점 1.40, 2009년 이용찬(두산)은 2패26세이브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2012년 오승환은 2승1패37세이브 평균자책점 1.94, 2013년 손승락(당시 넥센·현 롯데)은 3승2패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의 성적이었다. 지난해 구원왕에 오른 임창용(현 KIA)은 5승2패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2패 이하 구원왕 사례도 7번에 불과하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김세현의 무패 구원왕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이른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즌 막판까지 그 기록을 끌고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쳐줄 수 있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김세현의 마무리 가능성을 눈여겨본 벤치, 그리고 선수 스스로의 각성과 부단한 노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 올 시즌 넥센의 최고 히트 상품을 만들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