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3루수 신기록’ 최정의 역대급 반전 드라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13 13: 00

최정(29·SK)은 데뷔 후 오랜 기간 리그 최고의 3루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최근 2년간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올해 전반기도 마찬가지였다. 건강했지만, 성적은 따라오지 않았다.
최정은 올 시즌 전반기 84경기에서 타율이 2할6푼3리까지 떨어졌다. 홈런 20개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타점은 51개였다. 홈런과 출루율에서는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으나 전반적인 기록은 기대만 못했던 것이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에 너도나도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흐름이라 더 처져 보였다. 그런데 최정은 후반기 들어 완벽한 반전에 성공했다.
최정은 12일까지 후반기 45경기에서 타율 3할4푼2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 페이스는 전반기보다 더 가파르다. 전반기 84경기에서 20개의 홈런을 때렸던 최정은 후반기 45경기에서 17홈런을 기록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타점이다. 최정은 전반기 84경기에서 51타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후반기 45경기에서는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전체적인 성적에서 후반기 최고 타자 중 하나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런 최정의 반전 비결은 타율 뿐만 아니라 득점권 타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최정의 전반기 득점권 타율은 1할3푼6리에 불과했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낮은 득점권 타율이었다. 득점권 타율이 궁극적으로 타율에 수렴한다고 보면 유독 운이 없었던 셈이다. 최정은 이에 대해 “초반에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정의 인플레이 타구 비율은 여전히 3할을 넘기고 있었다. 경력 통산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수치였으나 자신의 타율보다는 훨씬 높았다. 결국 이는 후반기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잘 맞다 보니 득점권에서도 홀가분해졌다. 최정의 후반기 득점권 타율은 무려 5할1푼7리다. 전반기에 비해 3할8푼1리가 뛰어 올랐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 상승폭은 최근 10년간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최고 수치다. 종전 1위는 2009년 정근우(당시 SK)로, 정근우는 전반기 2할5리의 득점권 타율에서 후반기 5할7푼9리로 수직상승(+0.374)했다. 3위는 2010년 정원석(당시 한화)으로 2할9푼6리 상승, 4위는 2013년 박석민(당시 삼성)으로 2할7푼5리 상승, 5위는 지난해 박용택(LG)으로 2할6푼2리였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최정은 이미 리그 3루수 역사에 굵직한 이름을 새겨 넣었다. 역대 3루수 단일시즌 최다 홈런은 2002년 페르난데스(당시 SK)로 45개다. 토종 최고 기록은 2010년 역사적인 한 해를 보낸 이대호(당시 롯데)로 44개였다. 다만 이대호는 당시 3루가 주 포지션이기는 했으나 1루나 지명타자로 뛰는 경우도 있었다. 3루수로 출전한 경기만 따지면 36홈런이었다. 최정은 올해 전 경기 3루수로 출전, 37홈런을 기록하며 이대호의 당시 수치를 넘어섰다.
역사적인 3루수 첫 40홈런-100득점-100타점에도 동반 도전하고 있다. 이대호는 2010년 당시 127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했으나 99득점으로 이 기록에서 득점 하나가 모자랐다. 2002년 페르난데스는 81득점이었다. 하지만 최정은 이미 득점에서는 기준을 충족(100득점)했고, 남은 12경기에서 홈런 3개, 타점 6개만 추가하면 이 대업에 이를 수 있다. 최근 페이스나 상승세에 대입하면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기록이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 이제 그 끝이 어디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skullboy@osen.co.kr
[자료제공]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