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과 신인의 실수, 동료와 감독이 감싸는 분위기
6연승 속에 클럽하우스 분위기도 신바람
시애틀 매리너스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흔하지 않은 실수에도 서로를 감싸며 함께하고 있다.

시애틀은 최근 6연승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로 올라섰다. 아직 와일드카드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6연승 이전에는 시애틀의 와일드카드 진출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지만 지구 내 약체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LA 에인절스를 연속으로 만나며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는 8-1로 승리한 가운데 실수 2개가 있었다. 먼저 나온 것은 로빈슨 카노의 착각이다. 그는 3회말 2루를 밟아 이닝을 끝냈음에도 1루에 공을 던졌다. 카노급의 베테랑이 저지를 만한 실수는 아니었다.
아웃카운트를 잘못 알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1루에서 공을 받은 이대호는 이날 경기 후 “카노가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것 같다. 2아웃인데 (1루로) 공을 던져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벤치로 들어오며 특별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묻자 그는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했으니 벌금을 내라고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물론 팀에 피해를 준 것도 전혀 아니라 큰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위 상황에서 1사를 2사로 착각한다면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벤치로 들어가게 되면서 타자주자를 살려주게 되는데, 2사를 1사로 착각한 것이기에 2루를 밟은 것만으로도 이닝이 끝나 뒤 플레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이대호를 조금 놀라게 했을 뿐이다.
이 경기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다니엘 보겔백은 9회초 1루에 나갔다가 카일 시거의 우익수 방면 타구에 3루까지 갔다. 그러나 2루를 밟지 않고 지나쳐 루의 공과 아웃 처리됐다. 시거는 안타 하나를 잃었고, 후속타자였던 이대호도 1사 1, 3루가 아닌 2사 1루에 나왔다.
하지만 6연승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모든 실수들을 덮었다. 8-1 대승을 거둔 스캇 서비스 감독은 여러 선수들을 칭찬한 뒤 보겔백의 실수에 대해 “첫 경기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생겼다. 다신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고 두둔했다. 안타가 지워진 시거는 아쉬울 수 있지만, 점수 차가 컸기 때문에 팀으로서는 그의 실수가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이대호 역시 “나도 처음 왔을 때 멍하게 있었다. 점수 차가 나서 괜찮은데 실수를 했으니 본인도 미안했을 것이다.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된다. 좋은 경험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루키를 위로할 수 있을 만한 말을 건넸다. 그는 잠시 트리플A에 있을 때도 만났던 보겔백에게 장난도 치며 먼저 다가갔다고 한다.
연승 중이라 더욱 그렇겠지만, 펠릭스 에르난데스, 카노 등 베테랑 히스패닉 선수들이 리더 자리에 있고 히스패닉계 선수 숫자도 비교적 많은 시애틀은 이른 시간부터 클럽하우스에 흥이 넘친다. 지금의 분위기가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nick@osen.co.kr
[사진] 애너하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