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나브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옴과 동시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계절에 걸맞은 로맨스 영화를 기다리는 눈치다.
지난 10년간, 한국 멜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동시에 영화 속 여주인공은 '국민 첫사랑' '눈물의 여왕' 등 다양한 타이틀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네필에게 사랑받으며 '레전드'로 남은 로맨스물을 정리해 봤다.
1. 유지태 이영애의 '봄날은 간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는 여주인공 이영애의 "라면 먹고 갈래?"라는 전설적인 유행어로 현재까지 회자되는 대표적인 한국형 로맨스 영화다.
'봄날은 간다'는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와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겨울에 만난 두 남녀가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며 갈등을 겪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통해 이별하는 현실적인 '사랑'을 덤덤하게 녹여내고 있다. 극 중 이영애의 '라면 먹고 갈래?'와 유지태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가 사랑의 기승전결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2. 전지현 차태현의 '엽기적인 그녀'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봄날은 간다'와 달리 유쾌하고 풋풋한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평범한 대학생 견우(차태현 분)와 그 앞에 나타난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의 유쾌한 연애는 당시 누적 관객 480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남녀 주인공인 두 사람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지현 차태현 중 수혜자를 한 명만 꼽자면 단연 전지현이다. 검은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스크린에 등장한 그녀. 시대의 아이콘으로 여겨질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렸고 그가 '도둑들'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표작으로 거론되곤 한다.
3. 조인성 조승우 손예진의 '클래식'
영화 '클래식'(2003년)은 여배우 손예진을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 준 영화로 어릴 적 추억에 묻힌 가슴 시린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혜(손예진 분)와 수경(이수인 분)이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 분)을 좋아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지혜 어머니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리며 연결고리를 맺는다. 엄마의 비밀 상자 속 소중하게 묻어둔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조인성과 손예진이 비를 피하고자 함께 재킷을 쓰고 달리는 장면과 OST는 관객들에게 여전히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4. 정우성 손예진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국민 첫사랑' 손예진이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2003년 개봉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정우성 손예진의 캐스팅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는데 관객이 기대했던 만큼 눈부신 비주얼로 '여심'과 '남심'을 모두 훔친 작품이다.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지만,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 또한 이재한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연기력에 물이 오른 두 배우를 통해 오롯이 전달됐다.
5. 조정석 이제훈 그리고 수지의 '건축학개론'
손예진이 가지고 있는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가져온 야무진 여배우가 있다. 바로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걸그룹 타이틀을 벗고 여배우로 거듭난 배수지가 그 주인공.
'건축학개론'은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이제훈 분)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배수지 분)에게 반한다. 하지만 작은 오해로 서연과 멀어진 뒤 15년 뒤 만나 당시의 순수하고 아팠던 첫사랑에 관해 추억하는 작품이다.
'건축학개론'은 건축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조정석, 이제훈, 배수지란 톱스타를 발굴한 작품으로 여전히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로 남아있다. /sjy0401@osen.co.kr
[사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봄날은 간다' '엽기적인 그녀' '건축학개론'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