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이닝 7명’ 토종 마운드, 위기는 진행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20 12: 50

19일 현재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17명이다. 이는 2012년 22명, 2013년 25명, 2014년 23명에 비해 의미있게 감소한 수치다. 역시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20명의 선수가 규정이닝을 채웠음을 고려하면 올해는 유독 적다.
이를 뜯어보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토종 선수들의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규정이닝을 채운 17명의 선수 중 외국인 투수가 10명에 이른다. 반대로 토종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장원준 유희관(이상 두산), 양현종(KIA), 신재영(넥센), 류제국(LG), 윤성환 차우찬(이상 삼성)이 전부다.
물론 규정이닝에 걸쳐 있는 몇몇 선수들도 있다. 시즌이 끝날 때는 몇몇 선수들이 이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다. 지난해 6명(양현종 우규민 김광현 윤성환 유희관 장원준)보다 오히려 1명 늘어난 점도 있다. 그러나 “선발로 뛸 만한 새로운 국내 선수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걱정했던 많은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를 모두 지우지는 못한다.

실제 최근 KBO 리그 마운드에서는 새 얼굴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우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지금껏 규정이닝 시즌이 없었던 선수 중, 올해 새롭게 등장한 선수는 신인왕을 사실상 확정지은 신재영이 전부다. 나머지 선수들은 이미 30대 선수들이거나, 20대지만 어린 시절부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었다. 특별할 것이 없다.
반대로 앞으로 KBO 리그 마운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물론 KBO 리그 수준이 높아져 프로 입단 후 곧바로 선발 자리를 꿰차는 사례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5년차 선수들도 이렇다 할 가능성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가 있다. 한 관계자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1년에 규정이닝에 진입하는 새 얼굴이 한 명만 생겨도 다행인 시대가 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올 시즌 100이닝을 넘게 던진 20대 초반 선수라고 해봐야 박세웅(롯데), 주권(kt), 박주현(넥센) 정도다. 이 중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선수도 있다. 각 팀별로 일찌감치 군에 보낸 유망주들도 있지만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이대로 가다간 토종 선발 기근이 심해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공을 던진 선수들이 프로에 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를 접고 타자로 전향하는 케이스도 나올 정도다.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혹사는 예전에도 있었다는 측면에서 모든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게 일부 야구계의 시각이다. 결국 구단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1군의 결단 등이 복합적으로 조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국인 선수들과 선발 FA(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우규민 등)의 몸값이 올 겨울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누가 빨리 준비하느냐가 향후 5~10년의 대권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 선발 FA를 사올 수 있는 여건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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