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손승락(34)에게도 변화의 시기가 왔다.
짧은 이닝, 적은 타자를 상대하는 불펜 투수에게 많은 구종을 바라지는 않는다. 경쟁력 있는 구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상대한다. 손승락도 마찬가지였다. 구종 조합은 KBO리그 투수 치고는 특이했다. 패스트볼 계열의 빠른 속구와 커터가 손승락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통산 652세이브로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의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가 대표적인 빠른 속구+커터 조합의 투수. 손승락도 이 커터를 주무기로 KBO리그 대표 마무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손승락에 지속적으로 제 3구종 추가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넥센 시절 염경엽 감독도 손승락에게 빠른 속구와 커터를 제외하고 실전에서 좀 더 많은 구종을 던지기를 바랐다. 발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아울러 더 이상 커터가 생소한 구종이 아니었다. 커터를 비롯해 투심 패스트볼과 싱커 등 변종 패스트볼에 능숙한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를 찾으면서 타자들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고, 손승락도 피해갈 수 없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평균자책점 2.24 피안타율 2할3푼 피OPS 5할8푼9리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지만, 2014년부터 이 기록들은 급증했다. 2014년 평균자책점 4.33 피안타율 2할8푼4리 피OPS 7할2푼5리, 2015년 평균자책점 3.82에 피안타율 2할9푼6리 피OPS 7할4푼1리를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더욱 나빠졌다. 평균자책점 4.10 피안타율 3할1푼5리 피OPS8할2푼7리를 기록 중이다. 18세이브를 따내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손승락의 커터에 타자들이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각도의 예리함도 예전만하지 못하다. 우타자의 바깥쪽, 좌타자의 몸쪽으로 빠르게 꺾여 들어가는 커터로 범타를 유도하고 삼진을 잡아냈지만 이제는 노림수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밋밋한 커터는 좌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4할1푼2리에 달한다(우타자 상대 2할7리).
변화를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손승락도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조원우 감독도 "상대도 노림수가 있으니까, (손)승락이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고, 실제로 체인지업도 던지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7일 사직 kt전에서 유민상을 상대로 체인지업 2개를 던져 타이밍을 뺏었다. 체인지업의 각도도 나쁘지 않았다. 던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혹은 커브 등 종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구종이 있다면 다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손승락에 제3구종의 추가는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변화를 요구할만큼 성적과 내용 면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과연 손승락이 변화의 시기를 통해 다시 한 번 클로저로 돌아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