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성장기" 손승락의 고민과 자기반성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0.01 10: 24

"35세의 성장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승락(34·롯데)은 지난달 30일 사직 kt전, 5-4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0세이브를 따냈다. 이로써 손승락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20세이브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구대성이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했던 2001년부터 2005년 제외) 7년 연속 20세이브 기록을 달성한데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손승락의 올시즌을 돌아보면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4년 60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롯데로 팀을 옮겼다. 거액을 받고 팀을 옮긴만큼 그에 상응하는 역할과 활약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손승락은 그 기대에 다소 부응했다고 보긴 힘들었다.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손승락 역시 대기록에 대한 기쁨보다는 롯데 팬들에 대한 죄송함을 먼저 언급했다. kt전을 끝내고 만난 손승락은 "대기록을 느낄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이 기분을 묻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팬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기대해 주신만큼 분발하지 못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리고 롯데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하면서 질책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신, 마운드에서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롯데 선수들이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팬들이 원하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1년이다. 하지만 분명, 손승락에 대한 활약도는 기대 이하이긴 했다. 베테랑이지만 처음으로 팀을 옮긴 것에 대한 적응기도 필요했다. 부산 연고지의 특성인 먼 원정 이동거리에 대한 생소함도 있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이동을 많이한 시즌은 처음이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은 손승락이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제 스스로에게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기반성을 한 결과일까. 손승락에게는 최근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빠른 속구와 커터의 단순한 조합에서 벗어나 간간히 체인지업 등 제3의 구종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 넥센 시절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였지만, 그동안 손승락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손승락은 "최근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지만 체인지업을 던졌다고 좋아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구사하게 된 이유도 최근 부진, 그리고 그동안 고민했던 문제의 총체적인 결과물임을 전했다. 
그는 "최근 몇 년동안 고생을 하긴 했다. 그리고 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마음적으로, 그리고 매커니즘적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복합적으로 모든 것이 정리가 되니까 자신감을 찾으니 다른 변화구도 잘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5세의 성장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나이로 35세. 늦은 나이지만 손승락은 스스로 고민하고 반성해서 실천으로 옮겼다.
5년 연속 20세이브 기록을 세우면서 통산 197세이브를 올린 손승락은 이제 역대 5번째 통산 200세이브 기록에도 단 3개만 남겨두게 됐다. 안주하지 않고, 발전과 성장하는 모습으로 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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