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프로야구 10개 구단 선수 계약서를 심사한 결과,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선수협의회에서도 선수들의 침해받은 권익을 위해 움직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프로야구단과 선수 간의 불공정 계약 관행 4가지를 시정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1군 등록이 말소된 경우 일률적으로 연봉을 감액하는 조항, 선수 계약서 제31조 [계약갱신] '연봉 2억원 이상의 현역등록선수가 1군에서 말소됐을 경우 1일당 연봉의 300분의 1의 50%를 감액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야구규약 제73조에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이 조항이 삭제되며 제32조로 [연봉의 증액 및 감액] '연봉이 3억원 이상의 선수가 선수계약에 따른 경기, 훈련 또는 경기나 훈련을 위한 여행으로 인해 부상, 질병 또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현역선수에 등록하지 못한 경우에는 연봉을 감액하지 않는다'는 규약을 신설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을 찾은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은 "2001년 이후 공정위가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다. 시정 조치가 내려진 건 인정할 만하다"며 "다만 핵심 내용이었던 연봉 감액 규정에 있어 구단들의 자정 조치가 미흡하다. 2억원에서 3억원으로 기준을 올려 적용 대상 범위를 조금 줄이긴 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바뀌지 않은 게 아쉬운 부분이다"고 밝혔다.
연봉 감액 조항으로 피해를 본 선수들이 많다. 이와 관련된 질문에 김선웅 국장은 LG 이병규(9번)를 예로 들었다. 김 국장은 "LG 이병규 선수가 3년 전 연봉 8억원에 계약했지만 작년부터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했다. 큰 부상이 없었지만 구단의 선수 기용 정책에 따라 1군에서 못 뛰었다. 6개월간 연봉이 2억원 이상 감액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국장은 "과거 두산 스타 플레이어였던 김동주 선수도 3~4억원 정도 연봉이 감액됐다"며 "구단이 선수 평가를 하고, 필요에 의해 연봉 계약이 이뤄졌지만 그 리스크를 전부 선수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 구단은 선수 연봉을 감액시킴으로써 공정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그동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수협 차원에서 연봉 감액 선수들을 위해 법적 조치도 생각하고 있다. 김 국장은 "공정위에서 시정을 한 문제이고, 새로운 약관 규정에 의해 무효가 됐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감액됐던 금액의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규약 자체의 근거조항을 없앨 수 있는 쪽으로도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FA 계약을 하고 난 뒤 1군에서 자리가 없는 선수들 대부분이 이 약관에 의해 연봉이 감액돼 왔다. 선수협은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관련 선수들의 소송 참여 의사를 물었고, 과거 감액된 선수들을 포함해 약 15~20명 정도의 선수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공정위에서 나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삭감 선수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waw@osen.co.kr
[사진] 이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