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록 지원사격' 채은옥이 밝힌 공백기와 히트곡, 콘서트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0.18 16: 04

 “저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일을 진행하다보니 내 주위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감사했다. 노래하고 있었다는 게 행복했다.”
채은옥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랜 만에 취재진 앞에 섰다. 이날 그의 절친인 전영록도 함께 무대에 올라 힘을 보탰다.
무대에 서는 일이 여전히 쑥스러운 채은옥은 “이 자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영록, 소속사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도 부끄러워하며 소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채은옥은 “사실 전 콘서트를 할 생각이 없었다. 신곡을 부르다보니 김철한 (소속사)대표 때문에 열게 됐다. 얼떨떨하다”며 “이제부터 시작으로 내년부터 전국 투어로 다닐 것"이라며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소속사 김철한 대표는 “K-POP 이후 기타 노래가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 신곡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팬들이)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잠재돼 있는 마니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콘서트를 권장하게 됐다”고 콘서트를 개최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채은옥은 활발한 활동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고 했다. “저는 무대에 미련은 없다. 데뷔 때부터 공연도 많이 했기 때문에 철이 없을 때는 그냥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지금도 되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자신의 가치관을 전했다. 성격상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결정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채은옥은 “요즘 근근이 노래 연습을 하고 신곡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다”며 “예전에는 하루가 24시간이었는데 이제는 12시간 밖에 안 되더라. 훌쩍 시간이 가버린다.(웃음 )통행금지가 있던 활동 시절엔 밤 12시에 집에 들어가곤 했다. 지금은 그런 게 없어도 예전에는 하루에 2~3가지 일을 했는데 지금은 한 가지만 해도 시간이 다 간다”고 근황을 전했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그녀는 아이돌 후배가수들의 음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전영록은 “40년 만에 (채은옥에게 처음으로)곡을 줬다. 그 당시에는 곡을 준 생각이 없었다”라며 “요즘 30년 만에 동료들을 위해서 곡을 쓰고 있다. 열사병이 유행하던 지난 여름, 친구들을 위해 곡을 썼더니 도를 닦는 것처럼 흰 눈썹이 나더라.(웃음)”며 “채은옥 씨의 노래는 깊이가 있다”고 칭찬했다.
이번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은 '채은옥의 재조명'이자, ‘음악다방’ 콘셉트로 진행될 예정다. '빗물' 이외에 과거 주목받지 못했던 노래들을 편곡해 선보이겠다고.
채은옥은 “레퍼토리를 끄집어냈고 다시 편곡을 해서 스무 곡 정도 들려드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빗물’에 가려져 안 들어보신 곡들이 많다. 제 1~3집에 좋은 곡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 포크 음악계를 대표하는 대명사로서 무대 위에서 어떤 노래들을 선보일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여성 포크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채은옥은 올 8월 5일 40주년 기념 디지털 싱글‘고마워요’와 ‘입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마워요’는 제목대로 그동안 살아오며 겪은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깨달음을 담은 사랑 고백 노래다.
76년 ‘빗물’로 데뷔하고 활동하던 시절 함께 울고 웃던 사람들에 대한 정과 그동안 잘해주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회환을 담은 노래. 그로부터 정확히 4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내놓는 곡이지만, 당시의 서정적이고 센치한 정서와 감성을 그대로 담았다.
데뷔 후 히트를 쳤지만 활동 기간보다 활동하지 않은 기간이 더 길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고. 이유인즉슨, 70년대 대마초 파동에 얽혔고 당시 긴급조치가 발표되면서 일부 가수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활동을 오랫동안 쉬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빗물’을 발표하고 나서 한 10년은 쉬었다. 활동을 다시 해볼까 해서 ‘지울 수 없는 얼굴’을 냈는데 안 돼서 접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전에 다시 노래를 하게 됐다. 결혼을 하면서 10년 쉬었다. 그 후에 다시 노래를 하게 됐다”고 그간 공백기가 길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채은옥은 70년대 중후반 지금은 중년이 된 팬들에게 우수어린 허스키 보이스로 어필하며 사랑받았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주인공 심은경이 ‘빗물’을 부르는 장면으로 리메이크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채은옥은 “그 노래를 부르겠다고 해서 ‘오케이’했다. 근데 영화도 너무 재미있었고 스토리도 좋았다”며 “그 감독님한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감독님이 ‘영화가 끝나면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오랜 만에 돌아온 채은옥의 목소리에서 기분 좋은 설렘이 전해졌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저를 잊어주지 마시고 앞으로 활동을 응원해달라.(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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