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타고투저 흐름을 무색케 하는 마운드의 기세가 이어졌다. 투수가 잘 던지는 부분이 가장 크지만, 존이 넓은 것에 타자들의 감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까지 맞물려 예상보다 더 심한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다.
NC와 LG가 맞붙은 2016 플레이오프 1·2차전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1차전에서는 NC가 0-2로 뒤진 9회 3점을 뽑아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 끝에 기사회생했다. NC와 LG는 2차전에서도 6회까지 0-0으로 맞서는 팽팽한 투수전을 선보였다. 역시 7회 첫 점수가 났고, 그것이 홈런이라는 점도 비슷했다. 결국 NC가 2-0으로 이기고 시리즈 2승을 기록했다.
기본적으로는 양 팀의 외국인 투수 4명이 모두 호투를 선보였다. 1차전에서 에릭 해커(NC)는 7이닝 동안 2실점했다. 다소 불운했던 솔로포 두 방을 맞았을 뿐 나머지 투구 내용은 좋았다. 헨리 소사(LG)는 6⅓이닝 동안 무실점이었다. 2차전에서도 외인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다. NC 선발 재크 스튜어트는 7⅓이닝 무실점, LG 선발 데이비드 허프 또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허프가 7회 박석민에게 2점 홈런을 맞기는 했으나 6회까지는 두 선수 모두 무실점이었다. 그 결과 1·2차전 양상이 중반까지는 굉장히 흡사하게 흘러갔다.
외국인 투수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이 시즌 때 완벽한 투구를 펼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외국인 투수들이 컨디션 관리를 잘했고, 큰 경기를 맞아 더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착실히 휴식을 취한 NC의 두 투수는 힘이 넘쳤다. 기백이 느껴졌다. 이미 두 번의 시리즈를 거친 LG의 투수들 또한 4인 로테이션이 무리 없이 돌아가면서 별다른 체력적 약세를 드러내지 않았다.
주무기들이 다 잘 통했다는 점도 배터리 호흡을 칭찬할 수 있는 대목이다. NC의 두 투수는 올 시즌 주무기로 활용한 컷패스트볼을 유효적절하게 쓰며 LG 타자들을 막아냈다. 좌타자 비중이 적지 않은 LG를 상대로 잘 통했다. LG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사는 최고 15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는 NC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허프는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탈삼진보다는 맞혀 잡는 피칭으로 자신의 진가를 그대로 선보였다.
또한 스트라이크존도 비교적 넓었다. 특히 2차전의 경우는 좌우폭이 넓었다. 제구력이 좋은 두 투수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스튜어트와 허프 모두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시험하는 듯한 커맨드로 타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경기 내내 당황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이런 투수들의 득세 속에 양 팀 타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출루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놓고도 이렇다 할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상대의 허를 찌를 만한 기습적인 작전도 일단은 자제한 채 정공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었다. 3·4차전은 규격이 큰 잠실에서 열리는데 투수들의 예상 이상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