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다. 헤어나오려고 할 때마다 악수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폭발로 시작된 악연의 고리를 좀처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1, 2차 리콜에 이어 단종까지 결행하면서 노트7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재용 부회장(사진)이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전면에 나서는 삼성전자다. 그러나 여전히 사상 초유의 위기의식 속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반발심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세웠던 '갤럭시' 브랜드에 잇따라 악재가 겹치면서 한순간 공포의 '갤럭시'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4일 갤럭시 노트7의 교환·환불에 대한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요지는 노트7 사용자가 갤럭시 S7이나 S7엣지를 24개월 할부로 구입한 후 12회차까지 할부금을 납부하면 나머지 12회차 할부금을 낼 필요없이 갤럭시 S8 또는 노트8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갤럭시 S7이나 S7엣지를 반값에 구매하면 내년 상반기 출시될 갤럭시 S8이나 하반기 노트8 중 하나를 반값에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임대폰마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노트7 사용자들은 삼성전자의 추가 대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24개월 할부로 구입한 S7이나 S7엣지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12회차까지 할부금을 납부하고 기기를 가진다면 모르겠지만 다시 반납하라는 것은 결국 S7이나 S7엣지를 제 값 주고 임대하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또 12회차까지 할부금을 무조건 납부해야 하고 갤S8이나 갤노트8을 구입하는데 따른 혜택이 전혀 없다는 점은 국내 노트7 사용자를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면서 소비자들을 오히려 3년 약정으로 묶어 소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들려는 심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 남아 있던 신뢰는 고사하고 노트7 때문에 허비한 시간과 정신적 피해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노트7 사용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더 이상 삼성폰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참에 그냥 아이폰7이나 LG V20으로 갈아타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원활한 노트7 수급을 위해 시간을 두고 고민해 발표한 대책이 오히려 더 큰 소비자 저항을 부른 셈이 됐다.
마침 이날 갤럭시 노트7 소비자 520여 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을 대리한 '가을햇살 법률사무소' 고영일 변호사는 이날 삼성전자가 노트7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다른 기종으로 교체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사용권을 심각히 제한받았다며 1인당 50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고 변호사는 노트7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사용 선택권뿐 아니라 부품 및 애프터서비스(AS)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소비자들은 100만 원 상당의 고가 상품을 사고도 배터리 점검, 기기 교체 등을 위해 자신의 비용과 시간으로 매장을 방문해 대기하는 불편을 겪었다며 기종 변경 시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는 하나 그간 입은 피해와는 견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노트7을 교환·환불 조치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꿈쩍하지 않고 있다. 노트7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갤럭시 S7 엣지가 폭발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에서 갤S7 엣지에 불이 붙었다. 노트7에서 끝날 것 같았던 폭발이 갤S7 엣지로 옮겨 붙으면서 회사 이미지 추락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3일 이커머스 솔루션 업체인 브랜딩 브랜드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미국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 102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갤럭시 노트7의 두 번째 리콜 이후 다시는 삼성전자에서 생산된 폰을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충격적인 것은 전체 응답자 중 46%가 최근 2년 동안 삼성의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54%는 3년 이상 사용한 소비자였다는 것이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변화에 문 앞에 서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참 애매한 시기에 안팎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자칫 '갤럭시 포비아' 사태로 걷잡을 수 없이 일이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고 있다.
노트7 사태의 책임이 잘되면 황제, 못되면 신하탓이라는 삼성의 책임지지 않는 황제식 경영까지 비난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다. 과연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지, 노트7 폭발로 추락한 대외 이미지를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