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주자 상황, 경기 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마운드에 데이비드 허프(LG)가 서 있고, 타석에서는 박석민(NC)이 방망이를 들고 있다는 점은 같았다. 그리고 그 방망이를 떠난 타구가 담장 밖으로 날아갔다는 공통점은 이번 시리즈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NC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로 맞선 7회 홈런포 두 방으로 3점을 추가하며 막판 집중력에서 앞선 끝에 8-3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두 팀 모두 초반에는 답답한 공격 흐름이 이어졌다. 6회까지는 1-1의 팽팽한 승부였다. 1차전 선발 등판 후 3일을 쉬고 4차전에 등판한 NC 선발 에릭 해커는 전반적으로 구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LG 타선을 잘 막아냈다. LG는 선발 우규민이 4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고 5회 1사 후에는 2차전 선발 후 이틀을 쉰 데이비드 허프가 마운드에 올라 NC 타선을 막아냈다. 두 투수의 기백 있는 기 싸움이 이어졌다.

이 팽팽한 흐름을 깬 선수는 박석민이었다. 박석민은 2차전 당시에도 0-0으로 맞선 7회 허프를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도 상황이 흡사했다. 당시 허프의 몸쪽 높은 코스의 빠른 공을 탁월한 타격 기술로 받아쳐 홈런을 때렸던 박석민이었다. 허프가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법했는데 이번에도 실투가 들어갔다.
지난번처럼 몸쪽으로 치우친 공이 아닌, 이번에는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간 147㎞ 짜리 실투였다. 이를 박석민이 놓치지 않았다. 2차전 당시와 같이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타구였다. 0-1로 뒤져 있던 NC는 4회 테임즈의 솔로포, 그리고 7회 박석민의 솔로포를 묶어 경기를 뒤집었다. 허프에게, 이번 시리즈에서의 박석민은 저승사자였다.
흔들린 허프는 1사 후 김태군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김성욱에게 다시 좌월 2점 홈런을 맞았다. 역시 높은 코스로 들어간 실투였다. 점수차는 순식간에 3점차로 벌어졌고 허프는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혼을 발휘했지만 박석민의 방망이가 허프의 감동 스토리 완성을 허용하지 않았다. LG의 감동적인 가을야구도 사실상 거기서 기가 꺾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