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의 팀당 등록선수는 6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통 구단들은 그보다 더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육성선수 신분은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다. SK 외야수 조용호(27)는 올해 팀의 66번째 선수였다.
등록선수가 될 기회를 매번 코앞에서 놓쳤다. 등록될 가능성은 항상 높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2군에서 뛰던 다른 선수들이 먼저 등록되곤 했다.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은 1군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며 뛰는 것. 그런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된 환경이 야속할 만도 했다. 조용호도 자신의 그런 신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섭섭함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조용호는 “올해 등록선수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은 없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내년에도 등록되지 못하면 조금 섭섭할 것 같다”고 반 농담을 섞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내년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성적과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보면 가능성이 충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용호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 86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41타점, 31도루를 기록했다. 타격의 정확도와 빠른 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근성과 투지도 돋보였다. SK 2군 타자 중에서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원래 포지션이 내야수였던 조용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외야로 전향,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런 상승세를 인정받아 지난 9월에는 애리조나 교육리그에도 참가했다. 교육리그에서도 참가 야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10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와 6도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잘 이어나간 끝에 실전 경기를 마무리했다. 교육리그라고 해도 트리플A급 선수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고, 100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도 적지 않다. 그런 무대에서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은 조용호가 가진 장점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조용호는 “인스트럭터가 정말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치더라. 야구를 처음 배우는 기분이었다. 많은 것을 느낀 계기”라고 교육리그를 돌아보면서 “상대 팀마다 다르고, 상대 팀 투수들도 미션이 있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 등도 고루 상대했다. 평균 98마일을 던지는 투수들도 있었다”라고 많은 경험이 됐음을 떠올렸다. 교육리그에서의 경험이 자신에게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단국대를 졸업한 조용호는 2014년 SK의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3년 정도 야구를 쉬고 군대에 갔다 온 경력도 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순탄치는 않았던 야구 인생이었다. 그렇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조용호다. 조용호는 “남들이 쭉 야구를 할 때 나는 3년 동안 야구를 그만뒀었다. 야구를 그만뒀을 때는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야구를 할 때는 스트레스가 없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조용호다. 코너 외야 수비 때 아직은 타구의 궤적이 익숙하지 않다. 또한 어차피 당장 1군에서 주전으로 뛰기는 어렵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마무리캠프를 준비할 예정이다. 조용호는 “처음부터 주전으로 시작하는 선수가 어디 있겠는가. 안타든 볼넷이든 기회가 주어지면 최대한 많이 출루하는 것이 목표다. 달리기는 자신이 있다. 루상에서 더 보여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66번째 선수이기에, 65명의 선수들보다는 더 빨리 2017년을 시작한 조용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