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개인 최고 타율·출루율에도 부상 아쉬움
"시작과 끝 부상, 내년 보호대 차고 전경기 목표"
"아쉽다. 중요한 시기마다 다친 게 아쉽다".

한화 이용규(31)는 올 시즌 개인적으로 최고의 해를 보냈다. 113경기 타율 3할5푼2리 159안타 3홈런 41타점 98득점 63볼넷 29삼진 21도루 출루율 4할3푼8리 장타율 4할3푼4리 OPS .872. 리그 타율 3위, 출루율 4위로 테이블세터 중 최고 성적을 냈다. 지난 2004년 프로 입단 후 개인 커리어 통틀어도 최고 타율·출루율·장타율·OPS를 찍었다.
그런데도 이용규는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다.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사구로 손목 부상을 입어 개막전을 함께하지 못했고, 시즌 막판 파울 타구에 종아리를 맞아 시즌 아웃됐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과 끝 모두 부상이었다. 그것도 불운에 의한 사고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한화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대전에서 마무리훈련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용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2016시즌을 마쳤는데 돌아보면 어떤가.
▶ 아쉬운 시즌이었다. 올해도 부상이 아쉬웠다. 시즌 초반과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다친 게 제일 아쉽다. 지금 몸 상태는 완전히 회복됐다. 대전구장에 나와 운동하고 있다. 웨이트, 체력 위주로 보강 운동도 하고 있다.
- 부상 방지를 위해 종아리 특별 보호대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 너무 자주 맞았다. 종아리를 완전히 보호할 수 있는 걸로 주문해 놓았다. 착용한 상태에서 일단 연습부터 해봐야 할 것 같다. 내년 시즌 들어가기 전에는 최대한 적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종아리 부상을 두 번이나 경험했으니 다시는 똑같은 부상을 당하지 않게끔 준비를 철저하게 잘하겠다.
- 부상에도 불구하고 개인 성적은 2년 연속 커리어 하이인데.
▶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유가 있다면 FA 계약으로 와서 잘하려는 욕심이 컸던 게 아닐까 싶다. FA 계약 첫 해 (어깨 부상으로) 수비도 못 나가다 보니 그런 욕심이 커졌다. FA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최대한 집중한 결과인 것 같다.
- 정근우와 함께 대표적인 외부 FA 모범생으로 꼽힌다.
▶ FA 계약을 하고 나서 안주하지 않으려 했다. 조금 더 강해지고 싶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으로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수술을 하고 FA로 온 만큼 어떻게 해서든 잘해야 했다. (지난 2013년 9월 어깨 회전근) 수술을 했을 때 의사나 주변 사람들이 모두 큰 수술이라고 했다. 재활에도 오래 걸렸지만 거기서 더 오기가 생겼다. 마음가짐을 확실히 다잡을 수 있는 계기였다.
- 어깨 수술 후유증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은 없었나.
▶ 처음 수비를 나가는 과정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생각한 것보다 재활이 늦어져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이 컸다. 작년 초반 처음 수비를 나갔을 때도 불안 불안한 것이 있었지만 후반부터 어깨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다. 수술 전과 비교할 때 수비에 있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상황에 맞게끔 수비 위치를 잡고, 벤치에서 지시하는 것에 맞추기도 한다.

- 타격 이야기를 해보자. 2년 연속 개인 최고 타율을 경신했다.
▶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타석에서 나만의 것이 생긴 게 있다. 타격에 자신감도 생겼다. 프로에 오래 있다 보니 상대 투수들의 습성과 패턴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 올 시즌 타석당 삼진(0.05개), 헛스윙 비율(2.9%) 모두 규정타석 타자 55명 중 최저였다. 놀라운 컨택의 비결은 뭔가.
▶ 다리를 들고 치는 폼으로 타격을 하지만 어릴 적부터 몸에 밴 것이다. 정확한 타격에 있어 불편한 건 없다. 크게 스윙하는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나 같은 타자는 주자가 있을 때는 상황에 맞게 강하게 쳐야겠지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든 삼진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발이 빠르기 때문에 치고 나가면 실책을 유도할 수도 있다. 최대한 끈질기게 삼진을 먹지 않는 게 나 같은 타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 지난 오프시즌에는 타격폼 수정을 시도하기도 했다. 올겨울에는 어떤 변화를 생각하는 게 있나 .
▶ 크게 바뀔 건 없다. 욕심이 있다면 스피드를 더 늘리는 것이다. 배트 스피드를 말한다. 다른 타자들처럼 포인트를 앞에 두고 강하게 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포인트를 뒤에다 놓고 스피드로 이겨낼 수 있는 타격을 한다. 지금보다 스피드가 빨라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거나 배트 무게의 그람 수를 오히려 늘려서 타구의 질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여러 방법을 다 연습하고 테스트해 볼 것이다.
- 1983년생 이후 선수 중 가장 먼저 1500안타(1539개)를 돌파했다. 그 다음 이대형(kt·1322개)과 217개 차이 난다. 1985년생 만 31세인데 앞으로 기록적 목표는 있나.
▶ 기록적으로 목표는 없다. 그보다 안 다치고 꾸준히 잘하는 게 최고 목표다. 일단 전경기를 뛰어보고 싶다. 전경기를 뛰고 안타 수가 몇 개일지 나도 궁금하다. 항상 부상 때문에 전경기를 뛰지 못했다. 전경기 뛰면서 마지막 안타나 이런 결과를 보고 싶긴 하다. (이용규는 풀타임 주전이 된 2005년 이후 12시즌 평균 111경기를 꾸준히 출장했지만, 2010년 KIA 시절 129경기가 최다기록으로 아직 전경기 출장은 없다. 올해 이용규가 144경기를 모두 뛰었다면 산술적으로 203안타가 가능했다).
- 요즘 한국시리즈가 한창인데, 가을야구를 보는가. 2011년 KIA 시절이 마지막 포스트시즌이다.

▶ 당연히 본다.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것도 벌써 5년이 됐다. 가을야구 하는 선수들을 보면 부럽고, 나도 거기에 있고 싶은 마음이다. 확실히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이랑 다른 그런 게 있다. 내년엔 가을야구 꼭 해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