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두산 선발 투수는 1회 직구를 집중적으로 던지고 있다. 두산 포수 양의지의 사인에 따른 결과다. '능구렁이' 양의지가 3차전 보우덴에게도 1회 직구 피칭을 주문할까. NC 타자들과의 수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1차전 두산 선발 니퍼트는 1회 150km가 넘는 직구만 15개 던지며 삼자범퇴로 끝냈다. 워낙 직구 구위가 좋아 양의지는 직구 사인만 냈다. 경기 후 니퍼트는 "페넌트레이스 때도 같은 스타일로 투구를 했다. 1~3회는 직구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2차전 선발 장원준은 1회 직구 7개, 변화구 4개(커브 1개, 슬라이더 2개, 체인지업 1개)를 던졌다. 양의지는 경기 후 "1회 장원준의 볼에 힘이 좋았다. 실전 감각을 고려해 처음에는 맞아도 직구를 많이 던지자는 생각이었다. 2회부터는 구종을 잘 섞어간 게 잘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2회부터 매 이닝 직구보다 변화구(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숫자가 더 많았다.

3차전 선발 보우덴이다. 최고 구속 151km의 직구를 앞세운 파워 피칭이 장점이다. 변화구로는 포크볼이 주무기다. 보우덴은 올 시즌 NC 상대로 3경기 던졌다. 매 경기 직구 위주 피칭이었다.
지난 6월 30일 잠실구장에서 NC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때, 보우덴-양의지 배터리는 1회 시작하자마자 직구 7개만 던져서 이종욱-김준완을 연속 삼진 아웃시켰다. 1회 18개 중 직구가 15개였다.
당시 양의지는 "경기 전 직구가 좋다. 공격적으로 가자"고 말했다. 이날 139개 투구수에서 직구가 75개였다. 포크볼 35개, 커브 17개, 슬라이더 12개였다. 초반에는 직구 위주 피칭, 힘이 떨어진 중반 이후 변화구 비율이 늘어났다.
7월 14일, 보우덴은 마산구장에서 유일하게 선발 등판했다. 1회 세 타자 상대로 직구 10개만 연거푸 던졌다. 결과는 삼진-삼진-투땅. 양의지의 공격적인 주문대로였다.
이날 보우덴은 6이닝 110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가 76개로 69%나 됐다. 포크볼 20개, 슬라이더 8개, 커브 6개였다. 장타력을 갖춘 중심타선 상대로는 포크볼과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고, 하위타순은 거의 직구 위주 피칭이었다.
2회 4~6번 상대로 직구 4개, 변화구 7개였다. 이후 7~8번은 직구 9개와 포크볼 1개만을 던졌다. 3회 9번~1번~2번 상대로는 직구 11개, 포크볼 1개, 커브 1개였다. 그러다 4회 나성범-테임즈-박석민 중심타자를 마주치자 직구 10개와 포크볼 6개, 슬라이더 1개, 커브 1개로 다시 변화구를 늘렸다.
보우덴은 이날 6이닝 4실점(3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3-2로 앞선 6회 2사 2,3루에서 대타로 나온 이호준과의 승부에서 직구 2개로 2스트라이크로 몰아부친 후 회심의 포크볼로 승부했다. 그러나 이호준이 노림수로 받아쳐 좌월 2타점 2루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NC의 4-3 승리.
장원준은 양의지의 최고 장점으로 "매사에 능구렁이처럼 리드하는 것 같다"고 꼽았다. 푹 쉬고 등판하는, 직구 위력이 좋은 보우덴에게 1회 직구 사인을 자주 낼 가능성이 높다. 보우덴의 직구가 낮게 제구되면 알고도 공략하기 쉽지 않다. 포크볼의 위력도 좋다.

직구 위주로 던지다 누상에 주자가 쌓이면 포크볼을 승부구로 던지는 패턴이다. NC 타자들의 수싸움, 초반 보우덴의 직구 공략이 중요하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