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과연 포지션 별 ‘세체(세계 최고)’인가에 대한 논란은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슈와 갈등을 부른다. 자신이 지지하는 팀 선수를 ‘세체탑’ 혹은 ‘세체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혹시나 인정하지 않는 선수를 ‘세체’라 칭한다면 다른 선수를 데려와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세체’라는 칭호를 붙여도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가 있다. 바로 ‘페이커’ 이상혁(20, SK텔레콤)이다.
‘고전파’라는 아이디로 솔로 랭크 1위를 장기간 유지하며 이름을 날린 이상혁은 ‘꼬마’ 김정균 코치의 권유로 SK텔레콤 T1 K에 합류, 2012년 겨울에 프로 데뷔를 한다. 이후 이상혁은 그 누구도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갖기 힘든 커리어를 쌓게 된다.
이상혁은 가장 강력한 지역 리그라고 평가 받는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최다 우승(5회), 유일한 전승 우승, 최다 연속 우승(3연패), 최다 세트 연승(19세트) 등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고 권위의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는 무려 세 번의 우승컵(2013, 2015, 2016)을 들어올렸고, 최초의 2연패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라이엇 공식 세계 대회인 롤드컵, MSI, IEM을 모두 우승하며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이상혁은 국내외 공식 리그에 376세트 출전해 272승 104패로 무려 72.3%라는 승률을 보유하고 있으며, 통산 1871킬을 기록해 더 오랜 기간 활동한 선수들을 제치고 최다 킬 보유자로 우뚝 서있다. 지난 31일 종료된 2016 롤드컵에서도 82킬을 추가하며 RNG의 원거리딜러 ‘우지’ 지안 쯔하오(202킬)를 누르고 누적 217킬로 최다 킬 보유자가 됐다.
물론 같은 팀인 SK텔레콤의 멤버들과 함께 이룬 업적이지만, 그 안에서도 매 경기 보여주는 이상혁의 화려한 플레이는 유독 눈길을 끌었다. 강력한 라인전, 엄청난 한타 집중력, 넓은 시야, 압도적인 개인 피지컬 등 프로게이머에게 필요한 게임 내적인 소양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덕분에 이상혁은 주요 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 덕분에 이상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했으며, LoL 관련 전문가나 각종 매체로부터 관심과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지어준 ‘불사 악마왕(The unkillable demon king)’이라는 별명은 기사에도 언급될 정도다.
지난 5월 24일,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채널 ESPN이 이상혁을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와 비교하는 기사를 기고한데 이어 31일에는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이 e스포츠의 세계적 붐업(Boom Up) 현상을 다루며, 그 중심에 서있는 한국 e스포츠와 ‘페이커’ 이상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당시 CNN은 “신이라고도 불리는 이상혁은 LoL계의 리오넬 메시, 마이클 조던과 동급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지난 29일에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직접 글을 싣는 해외 사이트인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한국인 최초, 프로게이머 최초로 글을 남겼다. ‘천하무적(Unkillable)’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이상혁이 직접 밝히는 그간의 경험과 느낌, 앞으로의 계획이 담겨있다.
e스포츠 전반을 걸쳐 각종 커리어를 달성하고 자신이 쌓아 올린 신기록을 끊임없이 갱신해 나가는 이상혁은 LoL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2대 1로 해도 이길 것 같다’ ‘또 올 테니 너무 많은 응원은 하지 말라’ ‘또 우승해버렸네 싶더라’ 등 다소 도발적인 인터뷰에도 인터뷰어는 물론 팬들 모두 웃을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가 그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의 별명처럼 ‘신’이라 불릴 수 밖에 없는 이상혁이 2017년도에는 또 어떤 업적을 쌓아 갈지 궁금해진다. /yj01@osen.co.kr
[사진] 라이엇게임즈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