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승격은 하지 못했지만 더 큰 감동을 얻었다. 팬들과 교감을 나눈 서울 이랜드 FC의 최종전 풍경이었다.
서울 이랜드 FC는 30일 잠실종합운동장 홈구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6 최종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눌렀다. 이랜드는 파죽의 6연승을 달렸지만, 6위로 밀려 클래식 진입에 실패했다.
한 해 농사가 걸린 중요한 한 판이었다. 이랜드가 부산을 잡고, 고양이 부천을 이겨준다면 이랜드가 최종 5위로 승강 준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는 실낱 희망이 있었다. 박건하 이랜드 감독은 “1%의 희망만 있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결전을 다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서 팬들의 응원메시지를 모아 선수단 라커룸 복도에 붙였다. 경기 전에 선수들이 메세지를 읽어보면서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더라”며 결연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랜드는 후반전 타라바이와 주민규가 두 골을 몰아치며 2-0으로 앞서나갔다. 타 구장 소식을 알 길이 없는 선수들은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죽기 살기로 뛰었다. 이랜드를 이기면 2위 자동승격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부산도 치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친 태클로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그만큼 양 팀 모두 간절했다.
실시간으로 타 구장 소식을 듣는 관계자와 팬들의 심정은 다소 달랐다. 후반전 부천이 소나기골을 터트려 4-1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팬들은 사실상 승격에 대한 희망을 놓고 있는 시점. 그 사실을 모르는 이랜드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 홈팬들에게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승격희망이 좌절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떨궜다.

슬픔도 잠시였다. 이랜드 구단은 경기 후 선수들과 팬들이 그라운드에서 팬미팅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선수들은 끝까지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팬들도 “잘 싸웠다. 다음에는 꼭 승격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승격은 못했지만 이랜드는 더 중요한 홈팬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최종전에 시즌 최다 3060명의 관중이 몰렸다는 것만 봐도 이랜드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프로축구서 유난히 ‘버스 가로막기’가 많았다. 팬들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감독과 선수단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무력시위다. 물론 팬들이 구단의 운영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일부 팬들의 방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의 끈끈한 현장분위기는 타 구단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팬들과의 유대감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레스터 시티는 기적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하부리그서 겨우 올라온 작은 팀이 명문클럽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우승하자 팬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그 이면에는 오랜 암흑기에도 불구, 팀을 믿고 기다려준 홈팬들이 있었다. 그래서 레스터 시티의 우승 감동은 두 배가 됐다. 한국프로축구에서도 선수단과 팬 사이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서울 이랜드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