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책임감의 무게를 떠받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문규현(33)의 얘기다.
문규현은 올해 롯데 내야진의 살림꾼 역할을 했다. 시즌 시작은 주전 유격수가 아닌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오승택의 분쇄골절 부상 이후 주전으로 재도약,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다. 문규현이 없었다면 올해 롯데 내야진은 사실상 붕괴됐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만큼 문규현이 수비에서 차지한 비중은 컸다. 시즌 막판에는 경찰청에서 복귀한 신본기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다시 내줘야 했지만, 묵묵히 백업 내야진을 맡으면서 시즌을 마무리 했다.
가래톳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문규현은 올해 120경기 타율 2할7푼2리(316타수 86안타) 4홈런 40타점 38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수비에서는 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100경기 이상 소화한 4번째 시즌인데, 가장 적은 실책 갯수였다.

시즌이 끝나고 부상을 치료하며 다시 운동을 시작한 문규현은 "부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문규현의 전반기는 임팩트가 있었다. 본인 역시 웃으며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전반기 타율 3할1푼 4홈런 32타점의 성적이었다. 공격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의 절정은 단연 KBO리그 최초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였다. 지난 6월28일~29일 사직 삼성전에서 각각 끝내기 스리런 홈런과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연속으로 때려내며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끝내기 두 번 쳤을 때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며 문규현 스스로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전했다.
그러나 이내 "후반기에는 마이너스였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규현의 말이다. 문규현은 후반기, 주전 유격수로 체력이 달린 듯 타율 2할4리 8타점의 성적에 불과했다.
그래도 올시즌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올시즌 나의 수비는 만족스러웠다. 수비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자평했다.
시즌 막판에는 경찰청에서 돌아온 신본기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줬다. 아쉬움이 따르는 마지막 한 달이었다. 그러나 그는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했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내년을 준비하는 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혼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팀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는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오승택의 부상 결장으로 문규현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내년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올해도 백업으로 시작했기에 내년 역시 문규현은 신본기의 백업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규현은 "매년 나는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매년 출발선을 새롭게 그었다.
주전과 백업을 떠나서 문규현은 내야진 최고참으로 책임감을 보여줄 위치이기도 하다. 그는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신)본기나 어린 선수들에 말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준비만큼은 철저히 하려고 한다. 문규현은 "시즌 막판 못했던 만큼 내년엔 더 잘하려고 한다. 올해 좋았던 기억만 가져가서 내년 스프링캠프 때 연결고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면서 "올해처럼 팀 성적과 내 성적이 쳐지지 않도록 연결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올해 문규현은 개인적인 활약과 더불어, 득남의 경사까지 얻었다. "책임감이 더 커진다"는 것이 문규현의 말. 문규현이 팀에 보인 헌신과 희생, 그리고 책임감이 더해지면서 롯데의 내야는 더욱 광을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