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개장 이틀 지났지만 계약은 0건
우선협상 폐지로 내부 FA 잔류도 미지수
있을 때는 몰랐다. 막상 없어지고 나니 허전하다. KBO리그의 FA 우선협상기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17년 FA 시장이 조용하다. 18명의 자격 선수 중에서 15명이 승인을 신청하며 시장에 나왔고, 지난 11일부터 공식 개장했다. 원소속구단은 물론 다른 팀들과도 자유롭게 접촉, 계약할 수 있도록 규약이 바뀌었다. 불필요한 탬퍼링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12일까지 FA 시장이 열린 이틀 동안 한 건의 계약 소식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해였더라면 FA 계약 소식으로 뜨거워져야 할 시기인데 너무 조용하다. 최대어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장기화가 예상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느리게 전개될 줄은 예상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FA 선수들의 거취로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 마지막 날이었던 11월28일에는 무려 11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계약, FA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특히 마감일 자정이 임박해서야 계약 소식들이 터져 나오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곤 했다.
그러나 우선협상기간이 사라지면서 이처럼 '가슴 졸이는' 재미는 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을 통해 잔류할 선수들과 떠날 선수들이 가려졌는데 지금은 어느 선수가 팀에 남고 떠날지 알 수 없다. FA 계약기간은 내년 1월15일까지이기 때문에 대어급 선수들은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KBO는 지난 1월 제1차 이사회를 통해 FA 몸값 상승과 탬퍼링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우선협상기간을 폐지했다. 공식적으로 우선협상기간에 다른 팀 FA 선수들과 접촉하면 사전 접촉, 즉 탬퍼링으로 취급됐다. 탬퍼링을 한 구단은 3년간 신인 1차 지명권 박탈, 해당 직원은 1년간 직무정지, 선수는 FA 박탈과 1년간 임의탈퇴라는 제재 규정이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암암리에 물밑에선 우선협상기간에도 다른 팀 FA 선수들에게 접촉해서 계약을 제시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동안 수차례의 탬퍼링 논란으로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벌여야 했고, 선수들의 대폭적인 몸값상승을 부른 원인이란 지적을 받았다. 우선협상기간 폐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연한 조치로 환영 받았다.
그러나 막상 없어지고 나니 FA 시장의 재미가 반감된 건 사실이다. FA 선수들 사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대어 선수들의 행선지가 먼저 결정 나야 준척급 선수들도 움직일 수 있다. 그때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선수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선협상기간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입지가 애매한 선수들은 원소속구단으로부터 계약 제시도 받지 못하게 생겼다.
우선협상기간 폐지가 남은 FA 시장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