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캠프" 김성근 감독 웃음꽃 만발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14 05: 53

한화, 日 미야자키 가을캠프 분위기 화기애애
고참 위주로 자율훈련, 젊은 선수들도 적극적
"내가 할 일이 없어".

한화 김성근(75)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시즌 때와 달리 여유가 넘쳤다. 늘 엄격하고 진지하고 근엄한 모습이었으나 13일 미야자키 기요타케 종합운동공원에서 만난 김 감독은 전혀 달랐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캠프 지휘자로 비장미가 흘렀던 김 감독이었지만 이날은 한가로워 보일 정도로 온화함이 가득했다.
김 감독은 "요즘은 내가 할 일이 없다. 선수들이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 투수들은 이전보다 뛰는 훈련량을 많이 늘렸는데 잘 따라와주고 있다. 지금 이렇게 많이 뛰어 놓으면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고참 선수들부터 솔선수범을 해주니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훈련 분위기가 좋다"고 웃으며 만족스러워했다.
불혹의 최고참 박정진을 필두로 배영수·심수창·이재우·안영명·윤규진·송은범 등 30대 중반 선수들도 고된 러닝 훈련을 빠지지 않고 소화 중이다. 보통 마무리캠프는 1군 선수들이 빠지기 마련이지만, 김 감독의 권유에 군말 없이 따라준 베테랑들이 먼저 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린 선수들도 어느 때보다 스스럼없이 김 감독에게 다다가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먼저 나한테 말을 걸어온다. '이건 어떠세요? 저건 괜찮은가요?'라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김진영이라든지 김주현이 넉살 좋게 묻는다. 선수들이 적극적이라 이제는 야단 칠 일이 없다. 코치들도 지난 2년보다 훈련 때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내주며 힘을 넣어준다"고 흐뭇해했다.
물론 김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시즌 전력에 있어 최대 물음표인 마운드 전력에서 새싹이 자라고 있다. 김 감독은 "김진영과 황재규가 많이 좋아졌다. 김진영은 폼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황재규도 공이 낮게 잘 들어온다. 지금처럼 하면 (1군에서도) 쓸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부상 선수들의 회복세도 좋다. 김 감독은 "안영명과 김혁민이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게 올라오고 있다. 김혁민도 처음에는 말썽꾸러기인 줄 알았는데 지켜보니 열심히 한다. 어깨나 손목 상태도 괜찮아져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다. 이 선수들이 언제 어떻게 올라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증 없이 재활 속도를 올리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분위기와 내용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는 이날 훈련 종료 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 오후 3시를 조금 넘어 투수들이 외야에서 뜬공을 받는 아메리카 펑고식 왕복 러닝을 마친 뒤 스트레칭을 하고서 훈련장을 떠난 것이다. 해가 쨍쨍했지만 훈련 종료. 김 감독은 "해가 이렇게 떠있는데 훈련을 마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요즘은 이렇게 선수들 훈련하는 것 지켜보기만 해도 재미있다"고 웃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과 의욕적인 자세가 김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을 펴게 하고 있다. 김 감독은 훈련 내내 "재미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선수들도 "감독님 기분이 좋아 보인다"며 눈치 보지 않고 훈련한다. 덕분에 지난 2년과 달리 한화의 캠프 공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훈련의 효율성도 높아진 분위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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