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연예계 시국선언? 너무 그리운 이름..신해철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6.11.17 13: 43

뒤숭숭한 시국, 고(故) 신해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들이 쏟아진다. 주말이면 광화문엔 100만여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광장이 모인 시민들은 그 곳에서 신해철의 음악을 듣고, 그를 추억한다. "살아있었다면 저 위에서 노래라도 불러줬을텐데"라며 지금 이승환과 김제동이 대신한 무대를 가리킨다. 
연예인은 정치 얘기에 움츠려든다. 정치 얘기 잘못 꺼냈다 한방에 '훅'간 연예인이 한둘이 아니다. 인간계 최고수가 인공지능과의 바둑대결에서 장렬히 패배한 2016년을 살고 있지만, 연예인은 폴리테이너라는 낙인과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수능을 며칠 앞둔 고등학생까지 "내가 이러려고 수능 공부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며 광장으로 나왔지만, 그날 대중과 함께한 연예인은 여전히 소수였다. 물론 과거의 집회와 비교하면 그 수는 크게 늘었다. 김제동, 이승환 등이 무대에 직접 오르며 앞장섰고, 배우 오창석 김규리, 가수 김동완 지소울 치타 등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인기가 더 많을 수록, 더 큰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수록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회의 문제다. 권력이 자신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을 가만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예인이 위안부 팔지를 차거나 세월호 리본이라도 달고 나오면 경천동지할 정도의 반응이 나온다. 12일 소수의 연예인이 광장에 나오고, 자신의 SNS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의견을 피력한 것도, 민심이 완전히 현 정부에 돌아선 만큼 '찍힐' 위험부담을 던 덕도 크다.
  
연예인은 앞으로도 어둠보다는 빛을 찾아다닐 것이다. 사전적으로 대중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이들이라 어둠보다는 빛이 더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신해철은 우리에게 귀한 존재였다. 지금 이승환, 김제동이 그런 것처럼 어둠이라고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촛불을 들고 어둠을 밝히려 노력한 몇 안되는 연예인이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들이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추모 공연에 출연했다. 광화문 촛불 시위에서는 "양키 고 홈"을 외쳤다. 가요 시상식에 출연해서는 싸이와 함께 장갑차를 발로 걷어차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간통죄 폐지나 대마초 비범죄화 등을 얘기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조금이라고 고려했다면 쉽게 꺼내기 힘든 주제다. 
2002년 대선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찬조 연설자로 나섰다. 연예인 정치 참여의 완성판이었다. 그렇다고 뼛속까지 '노빠'는 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자 파병 반대 1인 시위를 했고,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된 후에는 그를 그리워하며 '미스터 트러블'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6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고인이 살아있었다면 당연히 리스트에 올라 있었을테다. 하지만 고인은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고, 아이러니하게 리스트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25일이면 2014년 신해철의 수술을 집도한 K원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이 이뤄진다. 리스트에서 이름이 지워졌다고, 고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용기와 정의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제 일주일 남은 선고공판까지 대중의 관심이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것이 건전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온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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