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리신 그 자체였다. ROX가 ‘피넛’ 한왕호의 매서운 발차기와 함께 드디어 상위 라운드에서 SK텔레콤을 제압해냈다.
ROX가 18일 오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이하 LoL KeSPA컵)’ 4강전에서 SK텔레콤을 2-0으로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1세트는 재역전 드라마였다. ROX가 초반 주도권을 쥐고 5000골드 이상 차이를 벌리며 앞서갔지만 SK텔레콤이 순간적인 판단과 괴물 같은 한타 능력으로 분위기를 가져간 것. 하지만 ‘페이커’ 이상혁이 후반 사이드 라인에서 두 번 연달아 잘리는 운영 실수가 나오면서 기세는 다시 ROX에 기울었고, 바론 버프를 두른 ROX가 그대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2세트 선취점은 봇에서 나왔다. ‘프레이’ 김종인의 바루스가 점멸이 없는 ‘뱅’ 배준식의 진에게 궁극기를 적중시키며 ‘피넛’ 한왕호 리신의 기습에 호응했고, 그 호응이 그대로 킬로 이어진 것. 이는 미세하게 SK텔레콤에게 밀리던 봇의 균형을 맞춰줬다.
연달아 봇에서 사고가 터졌다. 봇 2대 2 교전 중 리신이 한발 빠르게 도착하면서 ROX가 먼저 2킬을 가져갔다. 순간이동으로 넘어온 ‘듀크’ 이호성의 마오카이 역시 잡혔고, 뒤늦게 달려온 ‘벵기’ 배성웅의 올라프가 ‘스멥’ 송경호의 케넨과 ‘고릴라’ 강범현의 카르마를 잡긴 했지만 2-4 킬 교환이었다.
SK텔레콤은 ‘울프’ 이재완 나미의 궁극기 ‘해일’과 Q ‘물감옥’ 연계 덕분에 카르마를 잘라내고 바다 드래곤까지 챙기며 추격했다. 미드에서도 ‘페이커’ 이상혁의 빅토르가 CS 격차를 벌리며 힘을 냈다.
ROX도 또 다시 봇에 힘을 줬다. 바루스가 점멸 궁극기 콤보로 진의 발을 묶어 킬로 연결했고, ROX는 순간이동으로 넘어온 케넨과 함께 봇 2차 타워까지 쭉 철거했다. SK텔레콤은 탑 1차 타워를 가져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케넨이 두 번 연달아 잘리며 분위기가 다시 묘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ROX는 탑을 지키던 빅토르를 잡아내 스노우볼을 더 굴리려 했지만 SK텔레콤의 지원이 빨랐다. 빅토르가 죽고 이어진 전투 상황, 엄청나게 단단함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의 탱 라인이 활약하며 전사자 없이 3킬을 챙겼다.
ROX는 살아남은 리신과 바루스의 합작으로 진을 잘라내며 조금이나마 손해를 메웠지만 다음 한타에서도 웃은 건 SK텔레콤이었다. 마오카이가 1대 4 구도에서 오래 버티는 동안 리신을 먼저 마무리한 SK텔레콤이 2킬을 추가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피넛’의 리신이 결승으로 향하는 발차기를 선보였다. ‘페이커’의 빅토르를 아군에게 토스한 것. 주요 딜러를 잃은 SK텔레콤은 무기력하게 후퇴할 수 밖에 없었고, 추격 끝에 한타를 대승한 ROX는 바론과 장로 드래곤을 모두 챙겼다. 글로벌 골드는 순식간에 8000골드 이상 벌어졌다.
리신은 봇에서 라인을 정리하던 진을 솔로 킬 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수적 우위를 점한 ROX는 과감하게 진격했고, 강제 한타를 열어 대승을 거두며 그대로 넥서스를 파괴했다. /yj01@osen.co.kr
[사진] 벡스코(부산)=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