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에서 부진했던 김태술(32, 삼성)이 삼성에서 다시 날개를 폈다.
삼성은 올 시즌 8승 3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김태술은 지난 17일 친정팀 KCC와의 맞대결에서 82-77로 승리를 이끌었다. 김태술은 4쿼터 종료 1분전 결정적 스틸에 이은 어시스트로 활약했다. 9점, 4어시스트의 무난한 활약이었다. 김태술은 올 시즌 친정팀과의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김태술은 1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추승균 KCC 감독은 입장이 달랐다. 지난 2년 간 김태술을 데리고 있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추 감독은 "다 자기에게 맞는 팀이 있다. (김)태술이가 우리와 첫 시즌부터 잘 안 맞았다. 삼성에 센터가 둘이 있어 본인이 볼을 갖고 하기 편할 것이다. 삼성 가서 잘해서 나도 좋다. 다만 KCC서도 첫 시즌에 25분씩 뛰었다"고 해명했다. KCC도 김태술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 다만 김태술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 자신이 공을 소유해야 빛을 보는 김태술
김태술은 지난 시즌 평균 4.5점,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삼성에서는 11점, 5.7어시스트로 기록이 두 배 정도 뛰었다. 재밌는 것은 그의 출전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KCC에서 안드레 에밋과 전태풍에 이은 제3의 볼핸들러(ball handler)로 전락했다. 사실 슛도 잘 쏘지 않았으니 거의 한 것이 없는 셈이다. 반면 삼성에서 김태술은 주전 포인트가드로 공을 오래 만지고 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과연 김태술은 삼성에 와서 얼마나 공을 더 만지고 있을까. 전통적인 1차 기록에서는 이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OSEN에서 농구 2차 기록 전문가인 남재우 씨에게 의뢰해 김태술의 여러 가지 유의미한 기록을 산출해냈다.

코트에 있을 때 해당 선수가 공격권을 사용한 비율을 측정하는 USE%라는 개념이 있다. 선수가 공을 갖고 있을 때 나오는 기록을 산출한 것으로 선수가 경기 중 볼소유를 얼마나 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KGC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3-14시즌 김태술의 USE%는 19.8%였다. 리그평균이 16.1%임을 감안하면 공을 많이 만지는 편이었다. 그런데 에밋, 전태풍과 함께 뛴 2015-16에는 USE%가 11.3%에 그쳤다. 에밋의 USG%는 무려 39.6%로 KBL 역대 11위였다. 에밋이 혼자 북치고 장구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전태풍 역시 USE%가 19.3%에 달했다. 두 선수가 볼점유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팀에서 김태술이 사실상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많지 않았다. 현재 김태술의 USE%는 16.5%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 실책 적고 패스 먼저, 정통 포인트가드의 가치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 턴오버로 마무리한 비율을 따지는 TOV%가 있다. 보통 주전가드의 TOV%가 20% 미만이면 안정적인 선수로 평가할 수 있다. 김태술은 2007-08 SK 데뷔시즌 24.2%를 기록한 뒤 2013-14시즌까지 한 번도 TOV% 20%를 넘긴 적이 없다.
반대로 공을 어시스트로 마무리한 비율은 AST%다. 30%가 넘으면 A급 가드라고 볼 수 있다. 김태술은 SK와 인삼공사시절 평균 30.3%의 AST%를 기록했다. 특히 인삼공사에서 마지막 시즌에 기록한 AST 35.2%는 KBL 역사상 10위에 해당된다. 아직까지 이 기록을 깨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KBL 역사상 AST% 35% 이상을 기록하면서 TOV%가 20%를 넘지 않은 시즌을 보낸 선수는 김태술이 유일하다. 한마디로 김태술은 실책이 적음에도 어시스트가 많이 나오는 정통 가드라는 뜻이다.
김태술이 삼성 이적 후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수치로 확연히 드러난다. 김태술은 지난 시즌 25.2%에 달했던 TOV%가 19.9%로 줄었다. 반면 AST%는 19.7%에서 27.8%로 크게 상승했다. 김태술이 삼성에서 전성기 폼을 회복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김)태술이가 삼성에 와서 살아나고 있다. 2년 간 김태술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기대이상 해주고 있다. 더 자리를 찾을 것"이라며 만족했다. 삼성은 김태술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고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 jasonseo34@osen.co.kr
[기록] 농구기록 전문가 남재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