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6명의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해외 진출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8일 MLB 사무국으로부터 김광현 차우찬 양현종 우규민 최형우 황재균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으며, 이 선수들은 FA로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신분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광현과 차우찬은 이미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상황이었고 나머지 네 선수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신분조회 요청은 MLB 구단이 해당 선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사전 작업이다. 신분조회가 MLB 진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MLB의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로서는 첫 단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김광현 양현종 최형우 황재균 등은 미국 진출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찬 우규민도 적지 않은 관심이 있음을 대변한 셈이 됐다.

이런 신분조회 러시에 대해 한 에이전트는 “류현진 강정호 김현수 등 한국 선수들이 MLB에서 활약하며 KBO 리그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고, 여기에 올해 MLB FA 시장이 흉년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수와 내야 쪽이 빈약한 상황인데 이런 점도 우리 선수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고 풀이했다.
관건은 조건이다. 이 에이전트는 “냉정하게 이야기해 초대형 계약을 따낼 선수는 없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김광현 양현종 최형우 등 굵직굵직한 대어들에게 원 소속구단이 제시한 금액은 4년 총액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세금도 더 낸다. 적어도 4년 1500만 달러 정도는 되어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본 리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양현종과 차우찬 또한 KBO 리그보다는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일본 리그의 경우 최근 외국인 선수들에게 첫 해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잘하면 많이 준다”라는 식이다. 최대 한도는 연간 2억 엔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역시 금전적인 쪽은 KBO 리그가 낫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이 정점에 있을 때 해외 무대에 도전해보려는 의지가 강하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약간의 손해라면 이를 감수하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 6명의 선수들이 원 소속구단의 직간접적인 거액 오퍼를 받고도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는 직접적인 이유다. 해외 진출을 타진하다 여의치 않으면 국내로 돌아와도 된다는 공감대도 깔려 있다. 내년 전력 구상을 일찌감치 확정지으려는 구단은 속이 타지만, FA 시장에서는 선수들이 ‘절대 갑’이다.
한편으로는 “갔다가 돌아와도 대박 계약이 기다린다”는 속내도 결정적이다. 일단 해외에서 꿈에 도전해보되, 설사 실패하더라도 원 소속구단이라는 좋은 보험이 있다는 인식이다. 실제 해외에서 그다지 좋은 활약을 하지 못하고 KBO 리그에 유턴한 선수들은 모두 좋은 조건을 받았다. 김태균은 한화와 4년 60억 원의 '사실상 FA 계약'을 맺었고, 윤석민은 원 소속팀 KIA가 4년 90억 원의 최고 대우를 제시했다. 선수들과 에이전트는 이에 대한 학습능력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실패한 선수들은 몸값을 깎아야 하는 것이 어쩌면 합리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력 상승 효과도 있지만 팬들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설사 구단 상징을 놓치기라도 하면 엄청난 비난이 기다린다는 점도 적정가 산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토로했다. 해외 진출이 ‘꽃놀이패’에 비유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