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마쓰이?’ 오타니, 신화 시작됐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20 06: 47

연일 주가가 치솟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가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팀 선배인 다르빗슈 유에 도전 중이고, 타석에서는 마쓰이 히데키라는 걸출한 선수의 뒤를 밟고 있다. MVP에 등극한다면 이 또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올해 소속팀 니혼햄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공을 세운 오타니는 투·타 겸업, 이른바 ‘이도류’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오타니의 이도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원로들의 입을 다물게 했을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오타니는 마운드에서는 21경기에서 140이닝을 던지며 10승4패 평균자책점 1.86, 타석에서는 104경기에서 323타수 동안 타율 3할2푼2리, 22홈런, 67타점을 수확하며 맹활약했다.
시즌 중반 손가락 물집으로 선발진에서 한동안 빠졌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당시 부상이 아니었다면 마운드에서의 성적은 더 좋아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오타니는 최근 대표팀에서도 타자로도 맹활약하며 최종 종착지로 보이는 메이저리그(MLB)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직 만 22세의 선수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쉽게 헤아리기 어렵다.

‘다르빗슈+마쓰이’ 버전이라는 현지의 칭찬이 결코 과장은 아님을 보여주는 성적이다. 이미 3년차에 최고 투수 대열에 오른 다르빗슈는 오타니와 같은 4년차 당시 24경기에서 16승4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었다. 오타니는 올해 출전 경기가 적어 당시 다르빗슈의 투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평균자책점 자체는 거의 대등했다. 오히려 탈삼진 개수는 더 많다. 다르빗슈는 당시 200⅔이닝에서 208탈삼진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140이닝에서 174탈삼진이다.
오타니는 올해 타자로도 22홈런을 기록했다. 고졸 4년차에 20홈런을 때린 가장 근래의 선수는 2014년 야마다 데츠토(야쿠르트), 그 전에는 2010년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였다.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일본 무대에서는 그만큼 희귀하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고졸 4년차에 20홈런 이상을 친 왼손 타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왼손 거포로 가장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선수는 마쓰이였다. ‘고질라’라는 별명으로 일본무대를 평정했던 마쓰이는 2년차였던 1994년 20홈런, 3년차였던 1995년 22홈런, 4년차였던 1996년 38홈런을 기록했다. 다만 마쓰이는 당시 569타석에 들어서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382타석)보다 훨씬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마쓰이의 3년차 홈런과 오타니의 4년차 홈런은 같다. 일본 언론의 흥분을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그런 오타니는 올해 MVP에도 도전한다. 보통 우승팀에서 MVP가 나오는 것이 관례고, 오타니의 활약이 동료들에게 뒤지지 않아 수상 확률이 꽤 높다는 평가다. 드래프트 제도 도입 이후 최연소 MVP는 3년차에 수상한 스즈키 이치로(1994년, 당시 오릭스)와 2007년 다르빗슈 유(당시 니혼햄)다. 4년차 수상은 1996년 마쓰이의 사례가 있다. 오타니가 MVP를 수상한다면 마쓰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앞선 세 선수는 모두 MLB에 진출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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