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조장' 정훈의 마무리캠프 키워드, '제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1.20 13: 08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29)이 어느덧 중고참의 위치에 올랐다. 이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조장'을 맡으며 임시 주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조장으로 선수단을 챙기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쁠 수밖에 없는 이번 마무리캠프다. 2015년 개인 첫 시즌 3할을 비롯해 9홈런 16도루 62타점 출루율 3할8푼2리의 성적을 남겼다. 풀타임 주전 2루수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타율 2할6푼2리 2홈런 46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결국 정훈은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올라 절치부심하며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다. 

정훈은 "한국에 있을 때 형들이 후보를 뽑아 선수단 투표를 진행해 뽑혔다. 어느덧 나이가 조장을 맡기에 적당한 정도가 된 것 같다"며 캠프 조장으로 뽑힌 배경을 전했다.
주장 혹은 조장의 성향에 따라 훈련의 분위기는 좌우된다. 정훈이 조장인 이번 마무리캠프의 분위기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그는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다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의욕적인 상태로 왔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 힘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 조장이라고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없다. 시즌 때 (강)민호형 주장하는 것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많은 캠프 특성상 정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달리 느껴지곤 한다. 정훈은 "캠프조장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평소에도 후배들 보면 칭찬 한마디씩 해주곤 한다"면서 "나도 옛날에 막내 생활을 해봤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선배님들이 해주는 한마디가 참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훈의 이번 마무리캠프 키워드는 '제로'다. 그는 "특별히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운동한다기보다 ‘제로’에서 시작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렇게 '제로'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연 올시즌 성적이다. 정훈은"내가 가진 것들을 경기장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초반에 좋지 못한 모습 보이면서 멘탈적으로 흔들렸다"며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아쉽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흔들림 없이 했어야 하는데, 물론 매년 잘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제대로 준비를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조원우 감독은 언제나 정훈을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다. 여전히 간절하고 절실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훈의 반성은 끝나지 않았다.  정훈은 "좋은 부분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냉정히 말해 프로에서 아무 필요 없는 타이틀이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20대 초 중반이면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이 무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지금도 간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면서 "이곳은 좋은 성적이 나면 간절함을 가진 선수, 그렇지 못하면 간절하지 못한 선수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게 현실이다.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목표에 대해서도 간절함이 뭍어났다. 그는 "다른 목표는 없다. 오로지 내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는 오는 27일 마무리캠프가 종료된다. 정훈은 "다행히 이번 캠프에서 크게 다친 선수는 없다. 다치지 않는 것이 첫 번째다"면서 "기술적이나 실력적인 부분에서 개개인에 대한 것은 내가 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캠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 하나만큼은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며 남은 캠프 동안 당부의 말을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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