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주변 만류에도 야구협회장 출마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22 06: 02

"망신당하는 한이 있어도 해야 되겠다".
'한국야구의 거장' 김응룡(75) 전 한화 감독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김 감독은 후보 등록마감일인 22일 기탁금 5000만원과 함께 공식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를 지내며 야구인 출신 최초 CEO 자리에 오른 김 감독은 더 나아가 협회장 자리까지 도전한다.
김 감독은 몇 달 전부터 후배 야구인들로부터 끊임없이 통합야구협회장 출마를 권유받았다. 극심한 내홍을 겪은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3월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6월에는 소프트볼협회와 통합을 이뤘으나 비상체제로 유지돼 왔다. 오는 30일 회장 선거를 통해 통합야구협회로 정상화를 향해 첫 걸음을 뗀다.

사실 김 감독은 협회장 선거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제주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장 '김응룡 필드'를 조성하며 스포츠투아이가 설립한 야구학교의 총감독으로 위촉돼 후진 양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야구인들의 추천으로 협회장에 단독 후보로 추대될 수 있었지만 거절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하지만 국회의원 출신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김성태 경기도당 수석 대변인 등 정치인들이 후보로 나서자 김 감독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야구학교 개교식이었던 20일 야구인들이 몰려와선 "야구협회를 더 이상 정치인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대의를 위해 김 감독의 출마를 거듭 요청했다.
김 감독의 주변 사람들은 이전부터 "야구장도 만들어지고 있고, 야구학교도 설립된 만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하시는 게 좋으실 것 같다"며 혹여 노욕으로 비쳐질지 모르는 협회장 선거 출마를 만류했다. 김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거듭된 후배 야구인들의 부탁을 이기지 못하면서 총대를 메기로 했다.
김 감독은 "망신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해야 되겠다"며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 야구 발전을 위해 무엇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한 끝에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며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현장 지도자와 행정가로서 두루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감독의 지인은 "늙어서 욕심 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감독님은 '언제까지 야구판을 정치인들에게 맡겨둘 것이냐'는 야구인들의 부탁에 사심 없이 출마를 한 것이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지만, 감독님의 순수성만은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통합협회장 선거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선거 운동을 거쳐 오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다. 대의원들을 비롯해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동호인으로 구성된 144명의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새로 선출될 협회장의 임기는 4년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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