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GG' 김주찬이 보여준 성공의 법칙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12.14 07: 04

늦꽃이 활짝 피었다. 
KIA 외야수 김주찬(35)에게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뜻 깊었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외야수 경쟁에서 100표를 받아 감격의 첫 황금장갑을 손에 쥐었다. FA 이적한 최형우와 함께 두 개의 골든글러브를 KIA에 선물했다. 
올해 130경기에서 타율 3할4푼6리 23홈런 101타점 97득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20홈런에 첫 100타점에 3할 타율까지 동시에 성공했다. 득점도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가장 많은 안타(178개)도 생산했다. 8월 사구에 맞아 결장했지만 가장 많은 경기와 타석에 들어섰다. 

그냥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준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시즌을 마치자 매일 웨이트 훈련을 했고 겨울에는 괌으로 건너가 몸을 만들었다. 각종 부상 때문에 단 한번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유리폼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였다. 탄탄한 몸으로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도 "팬들이 원하는 대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개막 한 달은 타율 2할8푼 1홈런 16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5월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으며 내달렸다. 견제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3할 중반대 타율을 기록했고 특히 8월에는 타율 3할9푼 8홈런 26타점의 맹위를 떨쳤다. 7월22일 왼쪽 견갑골에 사구를 맞았지만 오히려 보름동안의 휴식이 약이 되었다.
벌크업을 통해 확실하게 중장거리형 타자로 변신했다. 작년부터(5할7푼1리, 5할6푼6리) 장타율이 훌쩍 높아졌다. 올해는 득점권 타율 4할2푼1리의 특급 해결사였다. 3번 타자로 이범호 나지완과 함께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고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겨울을 착실하게 준비하면 좋은 성적이 따라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기자들은 골든글러브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는 "17년 동안 정말 받고 싶은 상이었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데뷔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의 맛을 느끼지 못했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한 뒤 2001년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이후 2012년 KIA로 FA 이적하는 등 17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범호와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년에는 (최)형우도 오니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팀에 있을 때 지켜보기만 했는데 든든할 것 같다.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내년에는 4번타자 최형우의 가세로 나지완 이범호와 함께 강력한 타선을 이끌게 됐다.
시즌을 마치고 오른쪽 허벅지의 지방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 FA 자격도 얻는다. 최고의 해를 보냈지만 또 다른 최고의 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늦꽃이 활짝 핀 김주찬의 2017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