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이후 무려 10년만이다. 유재석X강호동, 이른바 '유강조합'을 TV예능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뻔 했다. 멤버 교체를 꾀한 SBS '런닝맨'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공개된지 딱 하루 만에, 강호동 측이 '최종 고사' 카드를 빼들며 무산될 상황이다.
강호동 소속사 SM C&C 측이 15일 내놓은 공식입장은 "출연제안을 받고 많은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알려진 일련의 상황들로 인하여, 저희는 강호동씨의 출연 결정 사실이 불편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출연사실을 번복했다.
이어 "세세한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만, 어떤 이유에서건 강호동씨의 출연 여부가 시청자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끼쳐드리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아프고 죄송스럽지만, 이번 출연 제안을 정중하게 고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세세한 사정'까지 적혀 있지 않지만, 이는 하루 전 언급됐던 '런닝맨' 멤버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기존 멤버-제작진간 적절하지 못했던 '하차 통보'로 인한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 가능했다.
'런닝맨' 제작진은 이날 뒤늦게 사과했다. "사려 깊게 배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7년간 함께 했던 김종국X송지효, 그리고 기존 멤버들과 시청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떠나간 민심은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강호동의 잘못? 따지고 따져봐 1도 없다. 그의 합류로 인해 기존 멤버 김종국, 송지효가 하차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제작진의 불친절한 통보가 강호동의 탓일리도 만무하다. 결국 강호동 역시 앞서 하차한 멤버들과 또 다른 의미로, 피해자로 분류될 수가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를 향해 불편한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대다수는 이를 이해한 분위기라는 것. 오히려 '강호동이 빠질 이유는 없다', '유강호흡 만은 꼭 보고 싶다'는 강호동을 향한 격려글이 쇄도하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다.
'10년 만에 재회한 국민MC'라는 타이틀 속에 큰 관심과 기대로 인한 부담감도 떠안아야 했던 상황에서, 타인으로 인해 생성된 이같이 매끄럽지 못한 상황은 강호동의 '런닝맨' 합류를 망설이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 또한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지 않고, 대중과 동료들의 마음까지 모두 헤아리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는 강호동의 리더십과 통찰력에 기인한 결과물이다. 다만, 그 어떤 잘못도 하지 않은 채 또 한 번 모든 것을 홀로 떠안으려 하는 그의 묵직한 결정이, 이제는 조금 안쓰럽기까지 하는 것은 아마 모두의 공통된 마음 아닐까. / ga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