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고향팀 KIA 애정 FA 단년 계약도 감수
장성호·김태균·박한이·박용택도 홈 디스카운트
프로 세계에서 최고 가치는 '돈'이다. 프로 구단과 선수들은 철저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가끔 돈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쫓는 선수가 종종 나온다. 지난 20일 KIA와 1년 총액 22억5000만원 단기 FA 계약을 맺은 양현종(28)이 대표적이다. FA 시세가 개인 100억원을 돌파하며 폭등한 KBO리그에서 양현종은 KIA의 단년계약을 받아들였다. 국내 잔류를 선언할 때부터 고향팀 KIA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른바 '홈 디스카운트' 계약이다. 철저한 비즈니스 세계인 미국 프로스포츠에선 선수가 팀에 대한 애정으로 시장 가격보다 낮은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것을 '홈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선 지난 2013년 7월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만 38세가 되는 2021년까지 보스턴과 8년 총액 1억1000만 달러에 계약을 한 바 있다. 사실상의 종신 계약으로 홈 디스카운트였다.
양현종은 KIA 연고지인 광주 출신으로 10년간 타이거즈에서만 뛰었고, 팀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 크다. 이미 예산 편성을 끝낸 KIA 구단이 양현종에게 거액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과감하게 양보했다. 1년 후 국내외 이적이 가능한 '메이저리그식 옵트 아웃' 조항을 넣었지만 4년 장기계약 수준은 아니다.
KBO 규정상 양현종은 이번에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3년은 매해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 4년 뒤 FA 자격 재취득이 가능하며 남은 3년은 다년계약이 안 된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은 것이다. 구단이 훗날 좋은 대우를 약속했지만, 부상과 부진 같은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에도 불구하고 양현종은 모든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KIA와 1년 단년계약을 택했다. 그는 "나 자신과 타이거즈를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 도전이 아니면 당연히 KIA에 남을 것이라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양현종처럼 KBO리그에선 대형 계약을 앞두고 홈 디스카운트를 감수한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지난 2005년 시즌을 마치고 KIA에서 FA가 된 장성호는 삼성으로부터 44~48억원을 제시받았다는 설이 유력했지만, KIA와 4년 42억원에 재계약했다. 전신 해태 시절부터 타이거즈에 10년을 몸담았고, 광주 팬들로부터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홈 디스카운트를 감수했다.
2011년에는 시즌 중 일본 지바 롯데에서 나와 KBO리그 복귀를 결정한 김태균이 처음부터 고향팀 한화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여러 팀에서 김태균에게 군침을 흘렸지만, 협상창구는 한화뿐이라고 스스로 결정했다. 김태균의 의리에 한화 구단은 역대 최고 연봉 15억원으로 화답했다.
2013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그해 한국시리즈 MVP 박한이가 13년을 뛴 원소속팀 삼성과 4년 28억원의 비교적 저렴한 액수에 재계약하며 '착한이'란 별명을 얻었다. 2014년 시즌 후에는 박용택이 다른 팀들의 더 좋은 제안을 뿌리치고 13년 뛴 LG와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구단 홈페이지에 1000건이 넘는 팬들의 재계약 릴레이에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고 LG에 남으며 'LG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waw@osen.co.kr

[사진] 장성호-김태균-박한이-박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