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그러나 최정예 전력을 꾸리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구단 소속 선수들의 출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중요해졌다.
내년 3월 열릴 제4회 WBC를 앞두고 두 나라의 발걸음은 부지런하다. 예비 엔트리 발표 단계에 있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일찌감치 ‘진짜 선수’들을 내정해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 체제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정조준하는 일본은 이미 멕시코와 네덜란드를 상대로 친선전까지 가졌다. 한국은 대회 참가국 중 가장 먼저 잠정 28인 엔트리를 발표하며 일본을 놀라게 했다. 속도만 보면 우승감이다.
1·2회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대회 정상 탈환을 노린다. 1·2회 대회 돌풍에도 불구하고 3회 대회에서는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본 한국 또한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자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최정예 전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엔트리 구성이 마음대로 안 된다. MLB 선수들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팀의 핵심 전력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MLB에 진출해 있다. 일본은 투수 쪽의 비중이 크고, 한국은 야수 쪽의 비중이 크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다. 문제는 구단이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할 경우 해당 선수의 출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올림픽이나 프리미어12에 비해 MLB 사무국이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WBC지만 엄연한 차출 장벽은 존재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도박 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빠졌다. 여기에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 음주사고를 저지른 강정호(피츠버그)의 경우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정서상 WBC에 나가기는 어렵다. 추신수(텍사스)와 김현수(볼티모어)도 출전이 불투명하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부상 전력을 우려하며 사실상 차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제대회 개근생’ 김현수도 현재 여건상 볼티모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도 핵심 투수들의 ‘참가 확정’ 소식이 아직 없다. 추신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되지 않아 불참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와 같은 선발 자원들도 차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출전 의사는 있지만 구단의 입김이 신경 쓰이는 투다. 베테랑 불펜 요원인 우에하라 고지(시카고 컵스) 또한 아직 컵스의 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WBC 차출의 기본적 절차는 대충 이렇다. 해당국가가 예비엔트리를 제출하면 WBC 사무국이 구단에 전달하고, 구단이 선수 대리인에게 다시 이를 확인한다. 다만 그 다음 단계에서 구단이 ‘합리적 이유’를 들어 불참 사유서를 사무국에 보낼 수 있고, 사무국은 이를 심사해 결과를 통보한다. 구단으로서는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봐 차출을 꺼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만약 MLB 선수들이 대거 불참할 경우 두 팀의 최정예 전력 구성은 물 건너간다. 일본도 이런 고민 탓인지 20일 WBC 최종 엔트리 28인 중 18명만 발표했다. MLB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보고 나머지는 맞춤형으로 구성하겠다는 심산이다. 한국 역시 기술위원회에서 대체자 결정을 수시로 고심할 가능성이 있다. 별도로 가지고 있는 채널을 총동원해 MLB 구단의 협조를 구한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