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은 프로배구 역사상 최고의 충격을 준 팀으로 기억된다. 창단 두 번째 시즌인 2014-2015시즌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차지하며 형님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그랬던 OK저축은행이 한 시즌 만에 확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나쁜 쪽으로 달라졌다. 20일 현재 OK저축은행은 17경기에서 승점 9점을 얻는 데 그쳤다. 20일 구미에서 열린 6위 KB손해보험(승점 16점)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지며 8연패 수렁에 빠졌다. 최하위 탈출도 멀어졌다. 러시앤캐시의 이름을 달고 뛰었던 창단 첫 해, 8연패를 당한 것이 팀의 최다연패다. 그때는 면죄부라고 있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당시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길 판이다.
V-리그 남자부 역사상 전 시즌 챔피언이 이렇게 추락한 것은 2010-2011시즌 삼성화재 이후 처음이다. 다만 삼성화재는 당시 중반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우승까지 내달렸다. 반대로 OK저축은행은 좀처럼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라운드 초반까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남은 시즌이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고통스럽게 보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물론 변명할 거리는 있다. 악재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OK저축은행은 선수층이 두꺼운 팀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너무 많았다. 송명근 강영준 등 토종 주포들이 동시에 빠진 기간도 꽤 길었다. 비시즌 중 수술을 받은 선수도 있어 팀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도 두 번이나 교체됐다. 시즌 전부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 위주의 팀이라 이런 위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도 많다고는 볼 수 없다.
OK저축은행의 2연패를 이끈 걸출한 외국인 선수 로버트랜디 시몬의 이탈이 뼈아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시몬은 공격과 수비에서 팀의 구심점이자 해결사였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국내 선수들이 시몬의 덕을 보는 것이 있었다. 특히 중앙과 높이가 그랬다. 그러나 트라이아웃 제도하에서 시몬을 대체할 만한 외국인 선수를 뽑기는 불가능하다. OK저축은행이 쌓은 2연패의 금자탑의 상당 부분이 ‘시몬 신기루’였다는 평가는 일리가 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현재 성적을 보면 빠져나갈 구멍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전히 창단 4년차의 팀이다. 구단도, 창단 멤버들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우승을 할 당시에도 김세진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먼 팀”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아픔 속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장기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에 좌우되지 않는 명확한 팀 색깔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몬 없는 ‘잔혹한 홀로서기’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남은 시즌 팀의 화두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성적도 그 과정에서 좌우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