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압도’ 흥국생명, IBK 공포 극복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21 18: 36

최근 들어 흥국생명의 이미지는 ‘높이’와 거리가 있었다. 올해 블로킹 성적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20일까지 흥국생명은 세트당 1.867개의 팀 블로킹을 기록 중이다. 리그 4위 기록으로 1위 현대건설(세트당 3.173개)과 차이가 꽤 크다.
반대로 IBK기업은행은 창단 이후 높이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그런지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전에서 유독 상성이 잘 맞지 않았다. 올 시즌 전까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한 30경기에서 4승을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최악의 성적이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12번의 맞대결도 3승, 지난 시즌에도 딱 1번 이겼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IBK기업은행의 높이에 고전하는 양상이 또렷했다. 물리적 높이의 한계에 선수들도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흥국생명이 올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높이 공포를 극복해가는 모습이다. 2라운드까지 맞대결에서 1승1패로 맞섰던 흥국생명은 21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뒀다.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이렇게 경기가 잘 풀린 기억은 좀처럼 되새기기가 어려웠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흥국생명(승점 29점)은 2위권(현대건설·IBK기업은행, 승점 26점)을 따돌리고 선두 자리를 지켰다.

물론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이 떨어진 점도 있었다. 최근 3연패로 흐름이 뚝 꺾인 IBK기업은행은 설상가상으로 주전 세터 김사니까지 독감으로 빠져 이날 내내 고전했다. 리시브마저 흔들려 이렇다 할 공격 루트를 만들지 못했고 범실로 자멸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승부를 가른 것은 흥국생명의 블로킹이었다. 이날 흥국생명은 블로킹 개수에서 11-2의 완승을 거뒀다. 높이의 IBK기업은행을 높이로 틀어막은 것이다.
1세트는 블로킹이 승부를 가른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러브의 공격 성공률이 한때 10%대까지 떨어지는 등 공격에서 고전했다. 그럼에도 대등하게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비 때마다 터진 블로킹이었다. 24-24에서는 김나희가, 27-28에서는 러브가, 28-28에서는 조송화가 각각 블로킹으로 터뜨리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1세트 블로킹 스코어는 6-1이었다. 블로킹으로 세트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2세트에서도 흥국생명이 블로킹 3개를 보탠 것에 비해 IBK기업은행은 단 1개도 없었다. 기세를 탄 흥국생명은 러브가 살아나고 이재영이 차분히 점수를 보탠 것에 이어 중앙 공격수들인 김수지 김나희의 속공까지 가세하며 3세트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3세트에서도 13-12에서 김수지가 김희진과 변지수의 공격을 연속으로 가로 막으며 3점차로 치고 나간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었다.
이날 흥국생명은 주전 선수들이 고르게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김수지가 5개, 러브와 조송화가 2개씩, 이재영 김나희도 한 번씩 손맛을 봤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 공격 성공률에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블로킹에서의 열세(흥국생명 1.222개, IBK기업은행 1.667개)로 고전했다. 하지만 이날은 블로킹까지 우위를 보였다. 경기가 쉽게 끝난 결정적 이유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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