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 1999년 생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열여덟 꽃띠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무대인사에서 짝다리로 서는 등 태도가 불량했다고 여론의 비난을 받았. 이른바 태도 논란이다.
문제의 동영상을 보니 김유정은 이날 주의가 다소 산만했다. 성의없는 자세로 일관하거나 팬들을 무시했다기 보다는, 딱 그 나이 10대 소녀처럼 굴었다. 어른들 표현대로라면, 조금 철딱서니 없는 모양이었달까. 옆에 대선배격인 차태현이 정자세로 서서 모범을 보이고 있었으니 더 비교가 됐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김유정. 무대 인사 말미에 말 그대로 폴더식 인사를 했다. 허리를 90도 꺾어 깍듯이 객석의 관객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세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부분은 논외였던 모양이다. '김유정 태도논란'에서 키워드는 단 두 개, 짝다리와 손톱보기였다.
김유정이 잘한 건 없다. 나이가 어리건 많건, 주연 배우로 무대인사 자리에 섰을 때는 당연히 취해야할 자세가 있는데 이를 무시한 셈이니까. 그렇다고 일부 행동만 문제 삼아서 김유정이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몰고 가는 마녀사냥식 비난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형식과 권위주의에 반발하는 그 또래의 자유분방함은 무시하고 딱 만들어진 틀에다 연예인의 인성과 태도를 끼워맞추는 한국식 팬 정서의 또다른 단면도 엿보인다.
김유정의 소속사 싸이더스 측은 지난 22일 OSEN에 "최근 온라인으로 제기된 공식 석상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모두 인지하고 있다. (김유정 본인도)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 논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항상 신뢰해주신 팬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이었을까. 김유정은 당초 잡혀있던 이날 인터뷰 일정들을 당일 오전 '심한 몸살'을 이유로 급하게 취소했다. 독감이 워낙 유행이고 바쁜 스케쥴을 소화했던지라 심하게 아팠을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도 심하게 받은 건 아닌가 싶다.
또 지난 20일 홍콩 현지에서 열린 ‘야후 아시아 버즈 어워즈 2016’(Yahoo Asia Buzz Awards 2016)에 참석, 생애 첫 해외 시상식에서 ‘연간 최다 검색 신세대 여배우상’을 수상해 홍콩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던 환희와 들뜬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충격도 컸을 것이다.
당시 홍콩에서 찍은 사진 속, 김유정은 홍콩의 화려한 야경보다 더 빛나는 미모로 트로피를 손에 꼭 쥐고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을 짓는 등 수상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도 딱 18세 소녀의 감성 그대로를 얼굴에 담은 모습이다.
김유정은 오는 1월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호기심 가득한 고등학생 ‘스컬리’ 역을 맡아 차태현, 배성우 등과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영화 개봉에 앞서 이번 태도논란으로 아픔만큼 성숙해지고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살아가는 배우로서의 교훈도 깨우쳤기를 바란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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