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2016가요계, 나비효과 일으킬 결정적 순간 '5'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6.12.26 18: 05

 나비효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파도를 일으켜 폭풍우를 만들 수도 있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시작된 작은 사건 하나가, 전 세계 음악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K-POP은 이제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브랜드가 됐다. 대한민국 가요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 전 세계 뮤직 비즈니스 관계자들의 시선이 고정돼 있을 정도다. 90년대 2000년대를 거쳐 날갯짓을 시작한 작은 나비가 이제는 365일 쉬지 않고 날갯짓해도 끄떡없는 건강한 새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K-POP을 위시한 대한민국 가요계는 어떤 빅 이슈를 만들어 냈을까. 어쩌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음악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순간들을 꼽아 봤다.

-'프로듀스101'의 등장
“걸그룹 데뷔, '프로듀스101'에 문의하세요.” 이 프로그램의 성공과 동시에 걸그룹 데뷔 공식이 깨졌다. 연습생의 데뷔는 당연히 기획사의 몫이었지만 주체가 바뀌었다. 
2016년 1월 론칭한 엠넷 '프로듀스101'은 그런 틀을 깼다. 여러 기획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101명의 연습생을 모았다. 기획사의 역할은 거기까지고 오디션 진행부터 최종 멤버가 정해지는 순간까지 모든 간섭을 없앴다. 최종 11명의 멤버가 정해지면 팀으로 1년을 활동하게 하고, 수익은 배분한다. 엠넷 또한 결성된 걸그룹을 1년여 동안 활동시키면서 각종 이득을 가져갔다. 될까싶은 아이디어였지만, 되고 나니 완벽에 가까운 계획이었다. 
걸그룹을 론칭할 계획이라면, 이젠 '프로듀스101'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1명의 소녀 외에도 20~30위권에 포진한 연습생들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듀스101'이 걸그룹 데뷔의 마지막 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듀스101'은 2017년 남자 버전 론칭을 앞두고 있다. 벌써 계약기간 등 여러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뚝심의 엠넷이 남자 버전까지 성공시킨다면, 걸그룹을 넘어 아이돌 데뷔 공식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FNC 세무조사 무혐의
FNC 엔터테인먼트는 K-POP 붐에 가장 성공적으로 올라탄 가요 기획사로 꼽힌다. 회사 상장에 빠르게 안착했고, 유명 예능인과 배우,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제작 등에 나서며 외연을 확장시켰다. 
‘국민 MC' 유재석의 영입은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FNC 임직원이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소속 가수인 정용화와 이종현의 주식부당거래 혐의를 받았다. 공든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결과적으로 FNC엔터는 위기를 잘 극복했다. 회사 임직원이 본 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FNC가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정용화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종현이 법률적 무지에 따른 약식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가요 상장사의 세무 조사는 한 번씩 겪는 통과의례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에서 혐의점이 발견돼 처벌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FNC는 위기를 잘 극복했다. 회사를 투명하게 운영해온 FNC 한성호 회장의 원칙이 빛난 결과다. 
FNC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임직원 및 아티스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눈앞의 이득만 쫒았다면 지금의 FNC는 반토막이 났을지, 가루처럼 분쇄됐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사건이었다.
-SM STATION의 론칭
2016년 1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이제는 SM의 성공의 상징이 된 코엑스 아트아리움에서 'NCT'(뉴 컬쳐 테크놀로지)를 제시했다. 지난 10년여간 아시아 시장을 선도한 CT에서 한 차원 진일보한 기술력이다. 그 NCT가 집약된 5가지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SM STATION이었다. 향후 10년은 SM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설명했지만 실행력은 낮게 봤다. 음악은 기일에 맞춰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찍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퀄리티까지 담보하기는 힘들다는 생각과 동시에 “가뜩이나 열일하는 직원들만 죽어나가는 프로젝트”로 끝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M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납품일도 밀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퀄리티까지 훌륭하게 뽑아냈다. 여러 장르,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SM 음악의 외연까지 확장했다는 생각이다. 
원동력은 역시 SM이 자랑하는 시스템이었다. 대기업도 부러워한다는 SM의 시스템은 ‘음악은 공산품이 아니고, 대량생산 또한 불가능하다’는 상식도 깨버렸다. 톱니바퀴같이 돌아가는 시스템과 SM 직원들의 열정은 2016년 45개의 정거장을 무사고로 완주시킨 동력이었다. 2017년 SM STATION이 또 어떤 도전적인 여정에 나설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트와이스, 대상 가수 등극
아이돌 앞에 '국민'자를 붙이기란 굉장히 어렵다. 첫째 이미지가 반듯해야 된다. 둘째 10대는 물론 40~50대도 기억하고 한 소절 따라부를 만한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 셋째 음악은 물론 예능 등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높은 인지도를 유지함과 동시에 친근함으로 어필해야 된다.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아이돌이 있지만, '국민'자를 붙이기 까다로운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트와이스의 '2016 MAMA' 올해의 노래 수상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트와이스가 '국민' 아이돌 등극까지 한발 앞으로 다가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JYP 수장 박진영이 입이 닳도록 설교하는 것이 '예의'고 인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조건 반듯한 이미지는 더 물을 필요 없다. 아이돌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폭넓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히트곡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만 'CHEER UP''TT'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엄마 아빠도 아는 노래의 탄생이다. 그 결과  '2016 AAA' 베스트 아티스트, '2016 MMA' 올해의 베스트송, '2016 MAMA' 올해의 노래 등의 타이틀이 따라왔다. 데뷔 2년 만에 대상 가수가 된 것이다.  
높은 인지도와 친근함 역시 잘 유지하고 있다. 25일 SBS '연예대상' 축하무대에 트와이스가 등장하자 연예인들이 먼저 일어나 'TT' 춤을 따라 췄다. 아무나 끌어낼 수 있는 리액션이 아니다. 대만인, 일본인 멤버가 포함돼 확장성도 뛰어나다. 현재까지는 빈틈을 찾기 힘든, 무결점 걸그룹이다. 
'넘사벽' 소녀시대의 등장 이후 수많은 걸 그룹이 나왔지만, 딱히 라이벌은 없었다. 10년 만에 나온 '넘사벽 걸그룹'의 등장이자, '국민' 아이돌의 가능성까지 갖춘 센세이션이었다. 
-카카오 품에 안긴 로엔
공룡과 공룡이 살림을 합쳤다. 포털 카카오가 1조 9000억원의 인수 대금에 음원 유통사 멜론 등을 서비스하는 로엔을 인수하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카카오와 멜론 모두 내수 시장에 집중된 서비스라 당장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 하지만 내부적인 기대감을 적지 않다.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에 로엔의 음악 콘텐트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바람이다. 
본격적으로 두 채널의 계정을 연동하는 등 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유료 이용자 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초 카카오 계정 연동 이후 멜론의 일일 가입자 수는 기존 5000명에서 1만명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로엔에서 서비스하는 멜론 역시 국내 유료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지만, KT뮤직, 엠넷 등의 추격을 받는 입장에서는 날개를 단 행보라고 볼수 있다.
가요계로 시선을 고정하면, 효과는 더욱 뚜렷하다. 로엔은 산하에 아이유의 로엔트리, 씨스타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의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등을 두고 있다. 포털 뿐 아니라 카카오톡 등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에 엎힌 채 가요 3대 기획사 SM, YG, JYP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꿈도 꾸고 있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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