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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시네마]‘로그원: 스타워즈’ 왜 100만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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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진모의 취중한담]할리우드가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스타워즈’ 시리즈 상영은 북미 시장에선 하나의 축제다. 당연히 폭발적인 흥행을 보장한다.

조지 루카스라는 브랜드는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로 이뤄진 ‘리바이스’(쌍두마차)다. ‘인디아나 존스’는 국내 관객들에겐 단관개봉시절의 영화고, ‘스타워즈’ 시리즈는 아직도 진행 중이란 의미는 크다. ‘스타워즈’가 상업적 가치가 더 높다는 결과이자 양 시리즈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가 늙음으로써 더 이상 ‘인디아나 존스’는 타이틀롤인 그 이름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결론이다.

‘스타워즈’는 새 주인공으로의 변주가 가능하지만 다른 배우를 인디(예명)로 내세울 경우 마니아들의 반발과 외면이 클 것은 자명한 일. 게다가 ‘인디아나 존스’는 ‘스타워즈’와 달리 고고학에 근거한 고대문명을 소재로 하는 가운데 마야문명까지 섭렵한다. 미국인들에겐 그리 달갑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스타워즈’ 시리즈는 블록버스터라는 거창한 몸집과 달리 유독 국내에서만큼은 그냥 마니아용 수준의 흥행에 머문다. 시리즈 최근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간신히 100만 관객에 턱걸이 했다. 미국은 당연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물론 호주와 일본의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중국시장마저 점령한 것과 비교하면 낯 뜨거운 성적표다.

역대 시리즈 중 한국 최고 흥행성적 기록은 지난해 12월 개봉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보유한 330만여 명이다. 물론 이는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4, 5, 6편이 단관개봉 시절 극장에 내걸린 데 근거한다. 2005년 개봉된 3편은 172만여 명을 동원했다.

따라서 ‘스타워즈’ 시리즈가 유독 국내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분석은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메이저 스튜디오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입장에선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계열사인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겨울왕국’으로 한국에서 1000만 명을 거뜬히 넘겼으니까.

더불어 어쨌든 ‘스타워즈’는 전 세계의 영화계를 대표하는 SF블록버스터 중에서도 그 상징성이 독보적일 만큼의 파워 브랜드니까.

우리가 아무리 한복을 벗고 양복을 일상화한 지 오래고, 식단이 부분적으로 서구화됐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정서가 글로벌화된 것은 아니다. 지울 수 없는 고유의 정서는 유지되고 있다.

국악이 밀려나고 양악이 주류가 돼 오히려 그에 근거한 K팝을 역수출하는 것은 양복착용과 비슷한 의미다. 그럼에도 김치를 수출하고, 청국장으로 일본의 낫토와 대결하는 것은 반대현상인 듯하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마늘냄새를 혐오하던 일본과 서양이 김치에 열광하는 것과 연계된다.

‘스타워즈’는 한마디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자격지심의 발로에서 탄생된, 역사가 짧은 미국의 조작된 건국신화다. 유럽엔 고대 이집트 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가 있었고, 북유럽 신화가 존재했으며, 중세에 이르러서도 아더왕의 전설 등 역사를 탄탄하게 다져준 설화가 꾸준히 존재했다.

하지만 영국인 등 유럽의 이주민들이 세운 신대륙의 근현대 국가 미합중국엔 지배국인 영국에서 독립한 1776년 7월 4일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취임일 1789년 4월 30일의 확실한 팩트만 존재할 뿐 민족태동과 나라건국의 신화를 비롯한 다양한 설화가 없다.

‘스타워즈’의 은하제국과 반란군의 대결구도는 훌륭한 건국과 저항의 당위성이다. 영국의 가혹한 징세와 착취에 저항해 독립해야만 했던 당연한 이유가 전 세계에 강력한 세뇌도구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국인이 열광하는 이유는 장난기 넘치는 도적 한 솔로(해리슨 포드), 우아한 공주 레이아(캐리 피셔), “내가 네 아버지”라며 갈등하는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의 관계 등에 있는 게 아니라 은하계를 정복한 악당들과 힘에 부치는 싸움을 하면서도 결국 정의의 승리라는 신화를 일궈내는 미국 건국과 그들이 세계질서를 주무르는 당위성 설파의 프로파간다에 있다.

물론 우리 다수의 관객이 이런 배경을 알고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도가 생경한 것은 맞다. 우리 관객은 그동안 서양의 블록버스터라고 하면 ‘벤허’ ‘글래디에이터’ ‘300’ 같은 유럽의 전통 신화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스펙터클에 익숙해있다. ‘스타워즈’가 뜬금없는 이유다.

게다가 시리즈 첫 작품 ‘스타워즈4-새로운 희망’이 개봉되던 1978년만 하더라도 시리즈의 역순이나 프리퀄 같은 연작의 불규칙에 대해 익숙하지 못했다. 그냥 1-2-3의 순서가 당연한 듯 알고 지내던 때에 뜬금없이 4편이 먼저 나와 5-6편으로 이어지다 1-2-3으로 되돌아가니 헷갈릴 수밖에.

국내 관객이 시리즈 ‘4~6’편에 열광할 때만 하더라도 당시로선 획기적인 SF적 상상력과 비주얼과 그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에 놀란 것이지 심각하게 내용을 공부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 6년 뒤 개봉된 ‘터미네이터’보다 경이로운 화면이었던 점에만 주목한 것이다. 디지털영상 기술도 없었던 1968년 공개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철저하게 외면한 이유는 재미는 없고 ‘철학’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워즈’는 재미 뒤에 선전(宣傳)을 숨겨 그나마 선전(善戰)하며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유사한 케이스로 ‘스타트렉’ 시리즈가 있다. 첫 작품인 ‘스타트랙’이 개봉되던 1979년은 이미 ‘스타워즈’의 맛을 본 뒤기에 별로 새로울 게 없었다. ‘스타트랙’은 ‘스타워즈’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완충지대 격이다. 철학과 재미가 현저하게 뒤떨어졌다.

물론 ‘스타트렉: 비기닝’부턴 재미가 확 달라지긴 했지만 지구인(사실은 미국인) 커크가 이끌고 외계 벌칸족 스팍이 그를 잘 보조해 우주의 평화를 지킨다는 우주여행의 도식은 여전하고 미국의 패권주의는 노골적이다. 우주여행의 걸작 ‘로스트 인 스페이스’나 ‘이벤트 호라이즌’ 등이 흥행에 참패한 것과 연계해볼 수 있다.

‘스타워즈’가 국내에 상륙하던 초창기의 극장상황도 기대이하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한국영화는 편당 제작비 수억 원에 단관개봉이었으며 지방흥행은 정산이 더욱 불투명했다. 한국영화보다 최소한 수백 배 이상 돈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를 달랑 1개 스크린에 상영하면서 무차별 광고비를 쏟아 붓는 건 할리우드 계산법이 아니다.

단관개봉 최초의 100만 관객 돌파(서울 기준)는 1993년 단성사의 ‘서편제’였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108만여 명을,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160만여 명을, ‘스타트렉: 비욘드’는 115만여 명을 각각 동원했다. ‘서편제’가 미국에서 와이드릴리즈됐다면 100만 명 이상 불러 모았을까?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한국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중화권을 많이 염두에 뒀다는 게 확실하다. 현재 중화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전쯔단(견자단)을 비롯해 지앙웬(강문)까지 주요배역으로 캐스팅한 게 그 증거다.

그러나 그게 국내 흥행부진의 이유일 순 없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수현이 나와 몇 명 더 본 건 맞지만 그게 1000만 흥행의 결정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었듯이. 첫째 이유가 조작된 역사라면 둘째 이유는 시리즈 사상 가장 어둡다는 것이다.

역대 시리즈는 유머의 존재가 컸다. 솔로, 추바카, R2D2 , 3PO등이 그 중심에 있었다. 솔로와 레이아의 티격태격하는 로맨스도 재미있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제다이 스승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를 배신해 다스베이더가 되고, 제다이의 성지가 초토화되는 등의 암울한 설정도 있었지만 결국 ‘먼 먼 옛날에’라는 스크롤자막을 재생시키는 희망으로 끝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로그 원’에선 주인공들이 다 죽는다. 특히 동양배우의 활약을 기대케 했던 전쯔단은 극 중에서 일찍 장렬히 전사한다. 게다가 장님이다. 한국 관객에겐 불편하다.

‘스타워즈’의 배경은 최첨단 디지털 과학의 시대임에도 다스베이더와 제다이들은 광선검(칼)으로 싸운다. 게다가 다스베이더와 요다 등의 제다이 고수들은 염력 독심술 등의 초능력을 구사한다. 다분히 중국 무협지 스타일이다. ‘스타워즈’가 한국 관객과 영원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로그 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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