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 KBO리그 천적 관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1.19 06: 10

[OSEN=최익래 인턴기자]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예를 들면, 쥐에 대한 뱀 따위이다.’ 사전이 정의하는 ‘천적’의 의미는 이렇다.
지난해 KBO리그에도 상대를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가 존재했다. 5강 진입의 문턱에 놓인 상대의 발목을 잡은 팀도,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은 우세를 기록한 팀도 있다. 노래 가사처럼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진’ 팀들은 ‘열세 원인’을 분석하고, 올 시즌 그 고리를 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비시즌 과제다.

물론, 5할 팀을 천적으로 꼽기는 다소 애매하다. 하지만 우승팀 두산은 유일하게 롯데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원인은 마운드. 지난해 4.46의 두산 평균자책점은 롯데만 만나면 무려 6.73으로 2점 이상 높아졌다. 롯데전을 제외하면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17로 떨어진다.
롯데는 2할8푼8리의 팀 타율이 두산만 만나면 3할2푼1리로 올랐다. 김문호(0.410), 정훈(0.375 10타점), 문규현(0.367 1홈런 8타점)은 ‘곰 사냥꾼’이었다. 반면 두산의 마이클 보우덴(2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7.71), 더스틴 니퍼트(4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6.45)는 롯데에 쩔쩔맸다.
NC는 지난해 두산에 7승9패(승률 4할3푼8리)를 기록했다. NC가 5할 승률을 넘지 못한 유일한 상대. 한국시리즈에서도 무릎을 꿇어야 했다. 김경문 감독의 한국시리즈 홈 전패, 잠실 전패 기록은 지난해에도 깨지지 않았다.
2할9푼1리의 팀 타율은 두산만 만나면 2할4푼5리로 떨어졌다. 이종욱(0.192), 손시헌(0.167)은 ‘친정팀’을 공략하지 못했고 이호준(0.238), 에릭 테임즈(0.208)도 부진했다. 반면 두산의 원투 펀치인 니퍼트(3경기 3승 평균자책점 2.70)와 보우덴(3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1.17)이 위력을 떨쳤다.
LG는 NC에 6승9패1무(승률 4할), SK에 6승10패(승률 3할7푼5리)로 열세였다. 사실 과거 LG는 NC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5년 LG는 마산 원정 7연승을 비롯해 10승5패1무(승률 6할6푼7리)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나테박이’ 나성범(0.400 2홈런 16타점)과 테임즈(0.333 3홈런 12타점), 박석민(0.319 3홈런 14타점), 이호준(0.293 3홈런 9타점)은 LG를 넘는 데 선봉장이었다. 반면 LG 이동현(5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18.00)은 NC에 쩔쩔맸다.
넥센은 지난해 SK와 LG에 나란히 6승10패(승률 3할7푼5리)로 고전했다. ‘엘넥라시코’를 형성하며 줄곧 우세했던 LG에 열세로 뒤집힌 점은 뼈아팠다. 올 시즌 엘넥라시코의 시계를 다시 돌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진짜 초점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불거진 '염경엽 루머'로 장외 전쟁을 치른 SK에 맞춰질 전망이다.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 패배 직후 사퇴를 선언했고, 'SK 감독 내정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SK 단장'으로 거취를 옮겼다.
넥센의 김하성(0.226 0홈런)은 SK에 고전했으며 양훈(3경기 1패 평균자책점 12.91)과 앤디 밴헤켄(2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9.00)도 힘을 쓰지 못했다. SK 정의윤(0.415 3홈런 10타점)은 넥센전 고타율을 기록했다.
KIA는 두산과 넥센에 5승11패(승률 3할1푼3리)로 가장 약했다. 두산이야 모든 팀들에 강했다지만, 넥센에 고전한 점은 뼈아프다. 김기태 KIA 감독은 LG 시절부터 ‘절친’ 염경염 넥센 전 감독에게 통산 14승34패(승률 2할9푼2리)로 고전했다.
외인 듀오 지크 스프루일(2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 헥터 노에시(2경기 평균자책점 5.73)와 ‘소방수’ 임창용(6경기 1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8.10)이 고전했다. 반면 넥센 테이블세터 고종욱(출루율 0.417)-서건창(출루율 0.438)은 맛난 밥상을 중심타선 앞에 차렸다.
SK는 두산에 4승12패(승률 2할5푼)로 고전했다. 하지만 SK의 진짜 천적은 김성근 감독이 이끈 한화였다. 한화와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 6패를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시즌 막판 한화에 발목이 잡히며 5강 꿈도 무산됐다.
특히 장민재(6경기 5승 평균자책점 1.30)는 비룡의 날개를 완전히 꺾었다. SK는 지난해 5연패 이상을 세 번 기록했는데 모두 장민재 선발 등판이 그 시작이었다. 반면 SK는 한화를 만나면 팀 평균자책점이 4.94에서 7.70으로 껑충 뛰었다. 한화 야수 중에는 김태균(0.456 7홈런 25타점)과 윌린 로사리오(0.404 7홈런 26타점)가 SK를 괴롭혔다.
한화는 SK에 벌어온 승리를 두산과 넥센(5승11패)에 다 까먹었다. 두산은 개막 후 한화를 상대로 7연승을 거두며 신나게 승리를 챙겼다. 한화는 이후 2승으로 반격하는 듯 했지만 다시 4연패에 빠졌다.
팀 평균자책점이 5.76에서 7.72로 뛰는 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정근우(0.186), 이용규(0.264) 테이블세터가 밥상을 차리지 못했다. 유희관(3경기 3승 평균자책점 2.70)은 한화만 만나면 개인 성적을 높이며 재미를 봤다.
엄청난 천적 관계다. 1승15패, 승률 6푼3리로 채 1할이 되지 못한다. ‘특정팀 상대 한 시즌 승률 1할 미만’은 단 여섯 번에 불과하다. 시즌 초 1승1패를 거둔 뒤 내리 14번을 졌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롯데가 NC를 상대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면, 전체 승률 5할6리로 4위에 올랐을 것이다.
롯데 타자들은 에릭 해커(1경기 1승 평균자책점 1.50)와 재크 스튜어트(5경기 3승 평균자책점 1.57), 원종현(6경기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에 쩔쩔 맸다. 2할8푼8리의 팀 타율은 NC 앞에서 2할2푼5리로 뚝 떨어졌다.
‘KBO리그 최초 3연속 끝내기 패배.’ 지난해 6월 28일~30일 삼성이 롯데에 헌납한 기록이다. 3연전을 모두 끝내기로 내줬다. 2003년 이승엽의 56홈런, 2015년 이승엽의 KBO 통산 400홈런 등 주요 기록은 주로 롯데가 내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작년만큼은 달랐다. 삼성은 9월 8일 다시 찾은 사직에서 또 한 번 황재균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사직구장 네 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였다. 결국 삼성은 시즌 내내 롯데에 고전하며 5승11패에 그쳤다. 임의탈퇴 된 안지만(4경기 2패 평균자책점 19.29)이 롯데에 ‘정의 구현’ 당했으며, 이승엽(0.258 0홈런)도 고전했다.
kt는 한화에 8승7패1무, 삼성에 8승8패 동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팀 모두에 열세였다. 대부분의 열세에도 눈에 띄는 팀은 두산이었다. kt는 두산에 3승13패(승률 1할8푼8리)를 기록했는데 이는 롯데-NC의 1승15패 다음으로 최악의 성적이었다.
두산의 허경민(0.429 18타점), 오재일(0.383 5홈런 16타점)이 펄펄 날았다. 니퍼트와 장원준은 나란히 4승씩을 챙기며 ‘판타스틱4’ 완성의 밑거름을 kt에 얻어갔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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